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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글나라 독서감상문대회_우수상(청소년)
제 114호 소식지
‘고래를 기다리는 일’을 읽고
방황은 길이, 길은 내가 되어

구보민


 열여섯의 끝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십대들의 방황과 성장은 크게 와 닿는 소재이다. 이런 소재를 다룬 책 ‘고래를 기다리는 일’은 청소년 단편집이다. 책을 읽으며 방황, 그리고 그로 인한 성장을 친구의 입장에서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책 속의 친구들은 아직 방황 중일까? 어떻든 간에 괜찮지만, 결국엔 꼭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첫 번째로 소개할 친구는 자퇴 후 센터 교육을 받는 지나이다. 기숙사 룸메이트와의 갈등이 번져 따돌림이 되고, 그것이 이 친구를 자퇴로 이끌었다. 모범생 오빠와의 비교를 일삼던 엄마는 역시 자퇴를 반대한다. 하지만 지나는 결국 자퇴를 한다. 나와 나의 친구들은 이제는 진담같이 느껴지는 농담을 주고받는다. “자퇴하고 싶다.” 라는 간결한 말은 가볍고 철없다는 소리를 듣는 말이지만, 사실 그렇지만은 않다. 가끔 무거운 마음은 가벼운 말로 덮으니까. 지나의 이야기는 센터의 쿠키 굽기 활동으로 시작된다. 안면만 튼 사이인 아이. 일명 ‘후드티’와 쿠키를 만들며 나누는 대화들에 내 마음까지 편해졌다. 느려 터졌다는 잔소리를 듣던 지나에게 후드티가 차분하다고 말하는 장면이 괜히 위로가 됐다. 또 서로의 쿠키를 칭찬하는 장면도 보기 좋았다. 후드티는 지나의 쿠키가 편안한 맛이라고 했다. 지나는 엄마는 이 쿠키가 형편없는 맛이라고 할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편안한 맛이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지나의 선택과 인생을 엄마는 형편없다고 하지만, 누군가는 편안하고 좋다고 할 것이다. 그 누군가 덕분에 우리는 살아간다.
 
 두 번째로 소개할 친구는 신체 장애와 뇌졸중을 갖고 있는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 아진이다. 평범하고 안정적인 삶과는 동떨어진 아진의 삶. 사실 책이나 텔레비전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아진의 엄마와 아진은 휴먼 다큐멘터리를 찍게 된다. ‘아픈 엄마를 혼자 돌보는 높은 성적의 학생’. 카메라 밖에서 보면 참 감동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앵글 안에 들어간다면 어떨까? 그때도 감동적인 이야기쯤으로 이 현실을 묻어둘 수 있을까? 아진은 인터뷰 중 작가 언니께 꿈이 뭐냐는 질문을 받는다. 열여덟의 소녀는 왜 꿈을 답하지 못했을까. 꿈조차도 돌아보지 못하고 살아온 하루 하루가 아진을 그렇게 만들었다. 누구도 탓할 수 없는 현실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 그 현실에 익숙해져 가는 것보다 슬픈 것은 없다.

 타인의 불행은 나의 불행이 되었다가 나의 다행이 된다. 때로는 고민이, 도움이, 슬픔이 된다. 책의 친구들은 모두 마음의 상처와 불행을 갖고 있다. 어쩌면 누구나 그렇다. 남의 불행에 무슨 감정을 느끼고 싶지가 않다. 적어도 다행이라는 간사한 마음 만큼은 피하고 싶다. 결국 누구나 갖고 있는 아픔을 두고 다행이라 했다가 죄책감을 느끼는 나쁜 감정. 느껴보아서 더 잘 아는 감정이다. 이제 더 이상은 느끼고 싶지 않다.

 방황의 사전적 의미는 ‘분명한 방향이나 목표를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함.’이다. 책 속의 친구들이나 나와 같은 10대들의 방황의 끝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방황의 과정들이 모두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방황 속의 고민과 선택은 곧 찾아 헤매던 길이 될 것이다. 그 길을 걷다 과정은 곧 내가 될 것이다. 방황은 길이, 길은 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