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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글나라독서감상문대회 초등고학년 최우수상
제 65호 소식지

아이들을, 가족을 지켜주세요 

유가빈

 

  사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장화가 연못에 빠지고 장쇠가 호랑이에게 공격을 당하는 부분에서 너무 무서워서 읽다가 중도에 포기했었다. 콩쥐 팥쥐 같은 자매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장화와 홍련은 서로 너무 우애가 좋은 자매사이였다. 배좌수의 아내 장씨가 낳은 어여쁜 두 딸 장화와 홍련은 장씨가 죽고 새 어머니 허씨가 오면서부터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허씨는 아들 장쇠가 태어난 후부터 본격적으로 본처 자식인 장화와 홍련을 괴롭혔는데 그 중 꽃다운 처녀가 되는 장화의 이부자리에 죽은 쥐의 가죽을 벗겨 핏덩이처럼 만들어서 넣어 두었다. 처녀인 장화가 있지도 않은 아기를 낳았다며 배좌수에게 장화를 모함한 허씨는 아들장쇠를 시켜 장화를 연못에 데리고 가서 빠져 죽게 만든다. 언니 장화가 죽은 후, 매일 슬퍼하며 울던 홍련 역시 얼마 후, 언니를 따라 죽었다.

  옛날엔 약이나 의술이 덜 발달하여 사람들이 병에 걸리거나 하면 죽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새 엄마와 사는 아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새 엄마와의 생활이 모두 힘들기만 했을까? 비록 후처였지만 남존여비 사상이 가득했던 그 시절에 죽은 본처에게 딸만 있었기 때문에 아들을 낳은 후 배좌수를 마음대로 휘어잡게 된 허씨와 함께 사는 하루 하루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언니가 죽었다고 홍련이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버렸을까 생각하니 정말 화가 났다.

  요즘 시대에도 새 엄마, 새 아빠에게 몹쓸 짓을 당하고 가정 폭력, 아동 학대를 당하는 일들이 뉴스에 나오곤 한다. 하지만 오히려 친 엄마, 친 아빠보다 더 잘해주는 새 엄마, 새 아빠들의 이야기도 많이 보았다. 친 엄마, 새 엄마를 떠나서 자식을, 아이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장화와 홍련이 빠진 연못에서 여자 울음 소리가 들려서 귀신이 사는 연못이라 불리게 되는데, 철산의 사또들이 잇따라 귀신을 보고 경기를 하며 놀라 죽기도 하였다. 배짱 좋은 정동우가 사또로 부임하여 장화와 홍련의 기구한 사정을 듣고 허씨를 능지처참으로 죽였다. 능지처참이라는 벌은 잔인하기로 유명한 벌이다. 나도 처음에 그 벌에 대해 자세히 읽어 보고는 소름이 끼치고 심장이 조금 두근거렸다. 하지만 그 어떤 벌도 허씨의 죗값보다는 약한 것 같다. 옥황상제의 수락으로 다시 세상에 태어난 장화와 홍련은 착하고 성실한 윤필 형제와 결혼하고 아들딸 고루 낳고 손자까지 보면서 73살까지 향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는 120세까지 산다 하지만 옛날에는 영양이나 의료시설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 정도면 장수한 거라고 한다.

  좀 믿기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소설이니까 그야말로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참 다행이다. 내가 작가라면 허씨의 마음을 보다 힘들게 하여 뉘우치게 하거나 사람들 앞에서 심하게 고문하여 혹시나 있을 다른 가정의 폭력들도 자제시키도록 했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고전 소설들을 보며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 중에 하나는 ‘왜 아버지들은 이러한 아동 학대나 가정 폭력들을 가만 두었을까?’ 이다. 모른 척 방관하고, 심지어 자식들이 무고하게 죄를 뒤집어 써도 도와주지 않고 벌하는 아버지들을 보며 참 화가 나고 어이가 없다. 새 부인을 만나도 자기 자식은 똑같은 것인데 어찌하여 사랑하는 마음을 거두는 것일까? 왜 남존여비라 하고 가부장제라 하면서 새로운 부인 맘대로 집안이 돌아 가도록 가만 두는 것일까? 아무리 남자는 바깥일을 한다고 해도 집안을, 자기 자식을 그리도 돌보지 않는 것일까? 어찌 보면 허씨 부인이나 팥쥐의 엄마와 같은 나쁜 새 엄마들이 여럿 나오게 된 것은 그러한 두고 보는 아버지 때문은 아니었을까?

  과거와 지금은 여러 가지로 다른 점들이 많다. 양성 평등이 자리 잡고 미투 운동으로 권위적이고 폭력적이었던 남성 중심의 문화들이 사라져가는 분위기이다. 우리 나라에 여자 대통령이 나오기도 하였다. 예전 보다 폭력적인 상황에서 신고를 할 수 있는 방법들도 열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나와 같은 아이들이 가정 폭력으로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고 실종된 경우도 많다고 한다. 나는 고전 문학을 보며 현재 사회를 돌아보고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 우리가 책을 보며 교훈을 얻는 것만큼 중요한 영양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 주변을 돌아보아도 한 부모 가정은 아이들 입장에서도 불편한 점이 많을 것이다. 새로운 결합으로 온전한 가정이 이루어진다면 그 또한 좋은 현상일 것이다. 더 이상은 장화와 홍련이 길러지지 않도록 가족을 사랑하는 사회가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