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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글나라독서감상문대회 초등저학년 최우수상
제 65호 소식지

나의 꽃밭

박연아

 

권정생 아저씨가 쓴 ‘오소리네 집 꽃밭’은 내가 가지고 있던 것들 중 몰랐던 소중한 것이 내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가르침을 준 고마운 책이다. 내 곁에 항상 있었지만 그 소중함을 몰랐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내 동생인 것 같다. 내게는 얄미워도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는 남동생이 한 명 있다. 내가 엄마한테 혼나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나타나 엄마한테 달려가 안기며,

   “엄마, 나는 누나처럼 엄마 말 안 듣지 않죠?”

라고 아첨을 떠는 녀석이다. 늘 얄미운 행동만 골라하기 때문에 나는 동생을 미워하고 함께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고작 엄마가 시키면 어쩔 수 없이 놀아주는 것이 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아빠가 저녁 약속이 생겨서 두 분이서 나가게 되셨다. 집에는 우리 둘 뿐이어서 현관문이 잠겨 있었지만 조금 무서운 마음이 들었는데 갑자기 동생이 이렇게 말하며 나를 안심시키려고 하는 것이었다.

   “누나, 걱정 마! 무슨 일 있으면 내가 지켜줄게.”

그 순간, 동생이 든든하게 느껴지고 약간은 귀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생각해 보니, 내 동생은 아직도 이빨요정이 있다고 믿고, 뽑은 이빨을 베게 밑에 넣고 자서 우리 가족 모두가 그 요정 노릇을 하느라 애써야 하는 순진하고 귀여운 녀석이다. 그런데도 나는 지금까지 동생의 나쁜 점만 보고 남의 집 여동생들만 부러워하며 엄마에게 여동생을 낳아주지 못했다고 투정만 부렸다. 사람들은 누구나 완벽할 수 없고 각자 장단점이 있는 것인데 난 왜 몰랐던 걸까?

 

오소리 아주머니도 그랬다. 어느 날 회오리바람에 날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읍내에 도착한 오소리 아주머니는 우연히 학교에 들르게 되고, 학교 운동장 둘레에 이름도 모르는 예쁜 꽃들로 가득한 꽃밭을 보고 부러워 진다. 자기 집 마당에도 꼭 그런 예쁜 꽃밭을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집으로 돌아와 밭을 일구기 시작했지만, 사실 자기 집 마당이야말로 어느 곳 하나 파낼 수 없이 아름다운 들꽃 가득한 꽃밭이었던 것이다. 하나 하나 이름을 댈 수 있는 소중한 꽃들 가득한 자기 꽃밭이 있는데 그걸 모른 체 이름 모를 꽃들 가득한 남의 꽃밭만 부러워 한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너무 당연해져 버려 소중한 줄 모르고 있지만 알고 보면 소중한 것들, 사람들, 추억 등이 분명히 있다. 다만 그 소중한 존재를 알아채지 못한 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남의 것이 좋아 보여 정작 자기 것은 보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겠다. 저 쪽에서 뭐가 신나는지 콧노래를 흥얼대며 내게로 오는 동생이 오늘은 밉지만은 않다. 권정생 아저씨께 감사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