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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말글 감각(김경집, 2023)
제 122호 소식지
김경집 교수의 신작 《어른의 말글 감각》은 언어의 속도를 조절해 생각의 주도권을 되찾고 콘텐츠를 이끌어내는 ‘언어 만지기’를 소개한다. 특히 글말에 주목하는데, 빠르고 즉각적인 입말에 비해 어휘가 풍부하며, 곱씹고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은 느리지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이 있고, 효율적으로 요약할 수도 있다. 또 그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변화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언어 만지기는 “이성과 감성, 감각을 총동원해 입체적으로 알고 느끼고 반응하는”(p.121) 일이다. 예를 들어 ‘선크림’이라는 낱말을 만지다 보면 자외선이 왜 피부에 유해한지, 용기에 표기된 숫자는 어떻게 설정되었는지, 오존층 파괴와 선크림 사용의 증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자연스럽게 만지게 된다. 이런 식으로 낱말을 만지는 습관은 콘텐츠 생산의 기반이 된다.

챗 GPT의 등장은 엄청난 변화를 예고했다. 인공지능이 자료를 찾고 확인하는 과정을 줄여주면, 인간은 언어를 만질 시간과 집중력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장점과 언어 만지기를 결합시키면 수동적 교육의 단점을 개선해나갈 수 있다. 또 인간이 묻고 기계가 답한다는 고정관념에서도 벗어나 기계가 묻고 인간이 답하면 지금껏 상상하지 못한 언어 조합이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은 앞으로 언어 만지기의 좋은 스파링 파트너가 될 것이다(P.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