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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문해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제 93호 소식지
당신의 문해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문해력이 화제다. 요즘 ebs에서 ‘당신의 문해력’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문해력을 다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들 정도로 문해력에 관한 고민은 커지고 있다. 2020년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사흘’과 ‘나흘’을 구분하지 못해 논란이 일기도 하였다.  
 문해력이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이야기하듯 sns, 유튜브 등에 시선을 빼앗겨 책을 안 읽기 때문일까. 생각해보면 디지털 플랫폼이 없던 시절에도 책은 그다지 사랑받는 콘텐츠는 아니었다. 라면 받침으로, 수면제 또는 베개로 책을 쓴다는 말은 꽤 오래 전부터 나온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의 디지털 기기 영향 때문일까. 데스크탑,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은 이제 한시도 떨어져 있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우리의 눈과 귀가 되고, 손이 된 디지털 기기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사전을 찾고 책을 읽던 지난 세대와 달리 요즘 세대의 아이들은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한다. 자연스럽게 글자를 접하는 빈도수가 낮아지고 영상, 시각 매체에 익숙해졌으며, 장문보다는 단문 위주의 글을 선호한다. 짧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틀로 제작된 내용이 아니면, 아이들의 눈길을 끌기 어렵다. 
 종이책과 디지털이라는 형식만 다를 뿐 그 속에 담긴 내용은 동일하니 굳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내용은 동일하더라도 어떤 수단으로 학습하느냐에 따라 학습 능력의 차이, 더 나아가 일상 속에서 글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의 차이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종이책에 비해 쉽고 자극적인 방식으로 학습을 설계한다. 이러한 방식에 익숙해지면 아이들은 책처럼 주의를 기울여 깊게 생각해야 하는 콘텐츠에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 살아가면서 모든 것을 쉽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는 없기에 집중하여 사유하고 문자를 읽어내는 역량은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학령기에 종이책을 거부하고 디지털 매체만 선호하다 보면 텍스트를 읽고 정확히 이해하여 핵심을 찾아내는 능력을 기르지 못해 학습에 지장이 생긴다. 그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텍스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일상생활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딪힐 수도 있다.
 사고력과 주의집중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천천히 텍스트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문자에 익숙해지고 내용을 읽어낼 수 있는 기반이 있어야 맥락 파악, 추론, 유목화 등 고차원적인 사고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문해력의 기초를 닦은 다음 각 매체가 가진 장단점을 활용한 학습방법을 선별하면 된다. 이미 현대 사회의 거대한 흐름이 된 디지털 매체를 마냥 환영할 수도 마냥 거부할 수도 없는 이 상황에 우리는 디지털 매체와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