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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의 공간적 의미
제 113호 소식지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 교복을 입고 의젓하게 앉아있는 학생들, 그간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내느라 웃음꽃이 활짝 핀 어른들. 처음 작은 도서관 문을 열었을 때 마주했던 풍경이다. 이렇게 다양한 세대가 한 자리에 모여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또 있을까. 더군다나 노키즈존이나 노인 차별이 공공연한 요즘 세상에.

 작은 도서관은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한다. 성별, 연령 등 어떠한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대학생이 멘토링을 하거나 소모임 공간으로도 활용하는 지역 주민 교류의 장이 되기도 한다. 어디 이 뿐이겠는가. 강연, 언어, 역사, 체험 활동 등 교육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되어, 거주지 근거리에서 유익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접근성이 우수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으로 작은 도서관은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장소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 작은도서관을 폐쇄하겠다는 지자체의 소식이 들려온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데 이용자가 없고, 지역의 아이들이 명문대학에 가지 못한다며 스타디카페처럼 만들겠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도서관을 과거의 '독서실'로 인식하고 있는 발상이다. 시험 공부를 하는 장소로 도서관을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도서관은 책을 읽고 문화 생활을 즐기며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주민들과 교류하는 장이다. 도서관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건 홍보가 부족해서 일 수도 있고, 마땅한 프로그램이 없어서 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더 많이 알리고 주민들이 참여할 만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된다. 앞서 말한 논리로 작은 도서관의 역할을 변경한다면,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머지않은 미래 사회에서는 도서관을 아예 없애버리자는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도서관이 지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누구나 평등하게 문화 서비스를 누리고 어울릴 수 있는 장소가 우리 곁에 얼마나 있는지, 그 공간을 입시를 위한 장소로, 효율을 따지는 장소로 치환해버리는 것이 적합한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