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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독서토론이 주는 효과
제 52호 소식지

                                                   

    초등학교부터 시작하여 중, 고등학교 교육에서의 가장 큰 관심사는 성공적인 대학입시일 것이다.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일부 학부모는 어떻게든 좋은 학군에 있는 학교를 찾아 위장전입을 하고 사교육에 상당한 시간, 노력, 돈을 쏟아 붓는다. 오로지 명문대를 보내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경북 김천의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에서는 단 한명도 사교육을 받지 않고 306명의 졸업생을 서울대(8명), 연세대(10명), 고려대(11명), 서강대(9명), 성균관대(24명), 한양대(28명), 경북대(17명) 등에 진학시키는 기염을 토해냈다. (조선일보 2017년 9월 21일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
     이 학교 학생들은 독서 토론 능력 강화수업을 듣고, 매달 두 차례 토요일에 9시간씩 독서하는 ‘토마독(토요마라톤독서)’을 하는 교풍을 지니고 있으며, 매년 1~2월에 ‘3학기’를 운영하여 학생들이 논어·중용·고급 통계·심리학 등 정규 과목에 없는 70여 강좌를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수업의 결과로 학생들은 올해 8차례 열린 전국 단위 독서·토론 대회에서 4회(단체 3회, 개인 1회)나 대상을 받았다. 이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수업은 우리가 여태까지 교실에서 접했던 수업과 사뭇 다르다.
     사교육 없이 독서와 토론으로 수업을 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수업을 선택하고 들으며 공부를 즐긴다는 점에서, 사교육 때문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이러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즐기면서 했던 일에 훌륭한 성과까지 따라오는 이러한 교육을 마다할리 없지 않은가.
     하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 이러한 수업을 전국 각지에서 시행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예산과 함께 끝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입시형식, 예산, 시간 등을 고려한다면, 이 학교의 사례를 일반화 하기는 힘들다. 모든 학교가 토론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수업 시수와 그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예산과 교사를 확보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를 태평히 기다릴 수 있는 부모는 그리 많지 않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이다. 교육은 초, 중, 고등학교 때만 바짝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다. 폭넓은 사고를 가능하게 해주는 독서, 그리고 주어진 상황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고 앞으로 살아가며 겪을 무수히 많은 선택지 중 좀 더 나은 선택지를 택하는 데 도움이 되는 토론은 학습이 되어야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인생을 길게 보았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은 수학 공식하나 영어 단어 하나가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주도성, 그리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판단력이다. 교육을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아야 한다.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교육이 무엇일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독서지도사 강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