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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독서감상문대회 일반부 최우수상 - 가슴 뛰는 일을 향해
제 16호 소식지

 

 가슴 뛰는 일을 향해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를 읽고

 

 

 얼마 전 서류를 뗄 일이 있어서 대학교를 방문했다.

 대학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 캠퍼스를 열정적으로 누비고 다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모르는 것이 많아서 더 열정적이었던 아이, 남보다 뒤처지기 싫어서

 수업을 마치고 도서관에 앉아 전공 서적을 뒤적이던 아이, 밤늦게 도서관에서

 나올 때 남들이 보지 않게 몰래 내 엉덩이를 토닥이며 스스로를 위로하던

 아이가 지금 서른을 앞에 두고 있다니. 

 

 대학을 들어갔을 때 졸업이 까마득해 보였는데 졸업을 하고
 한 가정의 안주인이 되어있는 내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웠다.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교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한 열정으로 어깨 빠지도록
 책을 들고 다녀도 싱글벙글 하던 내가 아니라서 안쓰러웠다. 
 ‘그 에너지는 다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서른 살이 되기까지 남은 3개월 보름 동안 서른을 멋지게 맞이할 준비를 하자’
 갑자기 새내기가 된 것처럼 마음속에서 열정과 설렘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20대는 흘러갔지만, 30대 접어드는 걸로 치면 새내기가 맞네.’라고 합리화하며
 서른 살을 준비하고 싶었다. 

 

 

 
그 준비를 도와준 사람이 ‘한비야’씨이다.
중학교 방과 후 독서논술을 지도하기 위해 ‘한비야’씨의 영상을 준비했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불우한 사람들이 많은데 세계구호를 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라는 논술주제를 아이들에게 생각해 보게 하려했지만, 사실은 한비야의 열정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꿈과 열정을 잃어가는 나와 아이들에게 그 영상이 도전이 되길 간절히 바랐다.
 
‘한비야’씨의 영상을 보고 집에 돌아와 예전에 사두었던 ‘그건, 사랑이었네’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그녀의 가치관이 궁금했고, 그녀의 열정의 근원이 궁금했으며, 매순간 밝게 웃고 있는 그녀가 그렇게 행복할 수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월드비전 구호팀장으로서 도움이 손길이 필요한 곳에 자기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 모습.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모습. 그들의 아픔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무엇보다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한비야씨의 모습에서 얼마나 생명을 사랑하는지,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왜 이런 힘든 일을 하느냐 라고 누군가 물었을 때,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고, 피를 끓게 하기 때문이죠.”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가 책 속 곳곳에 묻어났다. 책속에서 그녀의 열정을 볼수록 열정 없이 보내고 있는 내 시간들이 너무 아까웠다. 20대 나에게는 참으로 방황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계속되는 임용시험 실패. 학원 강사. 방과 후 강사.... 어떤 한 곳에 그럴듯한 대우를 받으며 정착하고 싶은 욕심과 다르게 떠돌이처럼 살고 있는 내 모습이 싫어서 좌절했고, 낙심했던 세월이 너무 아까웠다. 평안을 추구하는 안정보다 가슴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도전하며 살아가는 그녀의 용기와 열정을 배우고 싶었다. 

 

 

뜨겁게 살아가는 그녀를 책을 통해 만나는 동안 계속 나에게 질문했다.
“명희야, 너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무엇이니?”
지금 내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따라갈 때 어느 순간 더 넓은 세상에서 가슴 뛰는 일을 할 기회가 생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학교에서 방과 후 학교로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느꼈던 것이 있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줄 모른다는 것이다. 목표도 없고, 꿈도 없이 공부하는 아이들이 공부해야 할 목적을 세우지 못하고 끌려가듯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아이들에게 비전을 주고 싶고, 공부하는 방법들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간단한 자격증을 따뒀었는데, 또 다른 학교의 방과 후 학교로 그 주제로 아이들을 가르쳐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업내용을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가슴에 떨림이 있다.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이것 이였을까? 

 

남들이 보기에는 아주 작은 일이겠지만, 누군가에게 꿈을 줄 수 있고, 방향을 안내해 주는 일이 굉장히 멋지게 느껴졌다. 30살을 앞두고 있는 내가 이 일을 하게 된 것이 선물 같다. 새로운 일을 꿈꾸게 하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리라. 무엇보다 책 속에서 그녀의 꿈이 진행형이란 사실에 위로가 됐고, 도전이 됐다. 난 졸업과 동시에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마음 저 깊숙한 곳에서 나를 향해 실패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꿈은 완결된 것이 아니고 지금도 진행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있던 상처를 치유해주는 것 같았다. 120살까지 인생 설계를 해놓은 그녀. 꿈 위에 또 다른 꿈을 꾸고, 계속해서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그녀처럼 나 역시 30대. 40대. 50대. 그 이후까지 내 삶을 설계해 볼 참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주눅 들지 않고, 내 가슴을 뛰는 일을 찾아 한걸음 한걸음 새내기처럼 다시 걸어볼 참이다.

 

찬란하게 빛날 내 30대.
열정과 가슴 뛰는 꿈을 안고 다시 달려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