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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글나라 편지쓰기대회 청소년부 최우수상
제 96호 소식지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을 읽고 - 바다 같은 아저씨께

안녕하세요. 어떻게 부르는 편이 좋을까요? 
이름도, 어떠한 생각을 하는지도 알지만은 어떻게 불러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습니다. 
일단 호칭 정하는 건 미뤄놓고 제 소개부터하자면 저는 열다섯 살 여자애예요. 이름은 구보민이고요.

나이 차이가 서른 정도 되는 것 같지만 전 책 속에서 완전히 아저씨의 친구가 되어버렸어요. 
아, 저도 모르는 사이에 아저씨라고 했네요. 
의도치는 않았지만 대충 호칭도 정리 되었으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저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해요.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돌아다니는 생각들을 뱉어내는 기분이 들거든요. 
실컷 우는 기분이랄까? 생각이 많고, 또 많아서 종종 내 머리가 못 버텨주더라고요.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문뜩 떠오른 생각들을 기록해요. 
이건 아저씨도 마찬가지여서 책을 보면서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반가웠어요. 
아저씨의 글은 짧고 간결하지만 힘이 세요. 또 생각하게 하고 되돌아보게 해요. 
그 중 제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 글이에요.

‘개구리 한 마리가 연못 속에 빠져있었다. 시멘트로 만들어진 사각 연못이였다. (중략) 
개구리는 자기가 뛰어내린 높이만큼 뛰어오를 수 없었다. 때로는 나의 모습도 그랬다.’

올라올 수 있을 것이라 믿었었는데,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했는데, 
떨어져보니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높이일 때의 절망감과 허탈감이 상상 되었어요. 
사실 저 어제 시험 봤거든요. 이깟 시험 괜찮다고, 못 봐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실수에 살면서 받아본 최악의 점수였는데 속상했어요. 그냥. 하나도 안 괜찮았는데 지금은 좀 낫네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적어도 저에겐 가장 맞는 처방인 것 같아요. 
딱지를 뜯지 않는다면 상처는 느리더라도 언젠간 아물겠죠? 
흉터에 마음 아플 수는 있겠지만 그것 또한 내 일부로 받아들이게 될 거예요.

그리고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 글도 참 좋았어요.

‘어둠은 어둠이 아니였다. 어둠이 감추고 있는 빛의 실체가 있었다. 
카를 구스타프융은 이것을 ’어둠의 빛‘이라 망명했다. 캄캄한 시간을 통해서만 깨닫게 되는 것이 있었다. 
오직 어둠을 통해서만 인도되는 빛이었다.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컴컴하지만 밝은 울림을 주기도 하는 아저씨의 글 같은 글이였어요. 
힘든 시간 속에서도, 잘 맞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도... 남는 것이 있었어요. 
하다못해 ‘난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하는 깨달음이라도 있었고요. 
지 않은 경험에서라도 얻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좋은 것이겠죠? 어둠이 있어야 빛 또한 있으니까요. 
어둠을 피하기만 해서는 바뀌는 것이 없잖아요.

내가 책에서 만난 아저씨는 솔직하지만 복잡한 사람이예요. 시인 같기도 철학자 같기도 하고요. 
지금을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단단하지만 따뜻한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은 구보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