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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글나라 독서감상문대회_어린이부 최우수상
제 76호 소식지

‘나는 찬이랑 외출하는게 싫어요.’- 《동생을 데리고 미술관에 갔어요》를 읽고 (이율희)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다. 왜냐하면 내 동생 이름이 찬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도 찬희랑 외출하기 싫다. 나보다 두 살 어린 찬희는 내가 외출할 때면 꼭 같이 가려고 한다. 내 친구 생일파티나 친구랑 만나기로 한 놀이터까지. 
“언니, 어디 가? 나도 갈래.”
“언니, 나 화장실.” 


 외출하면 찬희는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닌다. 동생은 참 귀찮은 사람이다. 처음 책 제목을 보았을 땐 동생과 미술관에 가서 어떤 그림을 보고 어떻게 즐거웠는지 그런 내용인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읽으니 미술관까지 찬이를 데리고 간 은이가 대단했고, 혼자 은하수 공원까지 다녀온 찬이가 마음 아팠다. 찬이는 눈이 안 보인다. 처음부터 안 보였던 게 아니고, 큰 병을 앓고 난 다음부터 안 보인 것이다. 나는 처음부터 안 보인 게 더 슬픈 건지, 보였다가 안 보이는 것이 다 슬픈 건지 모르겠다. 


은이는 찬이를 데리고 지하철을 타고 복지관 차를 타고 미술관에 간다. 그 미술관은 참 좋은 미술관이다. 찬이처럼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은 그림을 만져볼 수 있는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찬이가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손으로 본 것보다는 누나와 얘기할 수 있어서 더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누나 은이는 부모님이 찬이만 신경 써서 미워했었다. 찬이는 누나가 혼자 은하수 공원을 다녀온 것이 부러웠다. 찬이는 혼자 은하수 공원을 갔고, 그 날 집에 굉장히 늦게 들어와 온 가족을 걱정시켰다. 나는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착한데 찬이가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아저씨만 나쁘다고 생각한다. 아저씨는 찬이에게 버스가 오면 가르쳐주기로 해놓고 그냥 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찬이는 아주 오랫동안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나는 괜히 내가 찬이에게 미안했다. 만약에 내가 찬이를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 그런 부탁을 들었다면 나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오는 버스마다 확인을 했을 것이다. 은이는 찬이의 얘기를 듣고 나처럼 속상해졌다. 그리고 찬이가 제법이라고 칭찬했다.


나는 찬이와 은이 둘 다 좋은 남매라고 생각했다. 서로 오해를 풀고 사이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나는 내 동생 찬희를 생각했다. 작년 겨울에 나는 발가락이 부러져서 한 달 동안 깁스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찬희는 나대신 엄마 심부름도 돕고, 내 심부름도 해줬다. 내가 물!하면 물을 떠다 주고 내가 아파하면 괜찮아?하고 걱정해줬다. 그리고 얼른 나아서 놀이터 같이 가자고 내가 다 나을 때까지 자기도 놀이터에 안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심심할까봐 나랑 놀아줬다. 그 때는 찬희가 언니 같고 참 고마웠다. 그런데 이제 내가 그런 찬희를 귀찮아했다니 참 부끄러웠다. 


그래서 나는 찬이의 누나 은이처럼 의젓한 언니가 되기로 했다. 오늘도 피아노가 끝나고 친구랑 놀이터에서 놀기로 했다. 찬희가 슬슬 눈치를 보는 것이 느껴졌다. 자기가 같이 가는 걸 내가 싫어하는 걸 알아서이다. 나는 찬희의 손을 잡고 말했다.


“찬희야 뭐해, 빨리 가자.”
찬희가 활짝 웃으면서 내 손을 꼭 잡았다. 이쁜 내 동생. 나는 앞으로 내 동생 찬희를 잘 데리고 다닐 것이다. 미술관에 동생 찬이를 데리고 간 은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