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목련
김연우
수의 같은 눈이 덮인 나뭇가지 밑에
움트던 작은 싹 누가 알았을까
위태로이 흔들리던 잔가지 아래
꿈꾸던 밑동을 누가 알았을까
하얀 목련꽃 피워 낸 옆 나무들이
가지를 흔들며 자랑할 때에
조그만 봉오리를 숨기기 바빠
아무 말 못 하던 나무 한 그루
하얀 꽃잎들 다 떨어질 적
외로워진 봄을 달래 주려고
봄 햇살처럼 눈부신 붉음을
하늘 향해 조용히 피워 올렸던가
긴긴 겨울 꽃망울 속에 몸을 욱여넣고
회초리 같은 장대비 맞으며
멍든 채 피어도 내색 않는
자목련의 아름다움을 보라,
이 필연적인 기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