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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글나라백일장대회 일반부 최우수상 <아내를 위한 양산 선물>
제 74호 소식지

아내를 위한 양산 선물

                                                                                                                               최덕천

 

7월 중순. 햇볕이 무척 강렬했습니다. 외출을 하려던 아내가 강한 햇빛을 차단하고자 현관 앞 우산 꽂이에 놓여있는 양산을 보며 말했습니다.

 

“아직은 3단으로 잘 접어지고 괜찮은데 조금 부실해 보이는데.”

 

현관문 앞에서 아내는 나에게 부탁을 하나 했습니다.

 

“여보! 마트 좀 다녀올 테니까 이 양산 좀 손실해 주실래요?”

 

언제부터인가 손잡이가 떨어져 나간 아내의 양산을 고쳐봐야지 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잊고 지낸 것이라 특별히 할 일도 없고 해서 아내의 양산을 고치기로 했습니다.

 

몇 해 전. 아내가 생일인데 무슨 선물을 사줄 것이냐며 어린 아이처럼 조르는 바람에 아내와 함께 시장에 나가 사준 양산이었습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지만 이태리제라며 값도 비싸게 주었을 뿐만 아니라 가볍고 색깔도 좋아 아내는 이웃들에게 자랑을 했습니다. 그런데 오래 사용하다 보니 손잡이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새것으로 하나 사서 쓸 수도 있겠지만 옛정이 좋은 듯 애지중지 하는 아내의 마음을 알 것도 같아 그냥 그대로 모른 채하고 지냈습니다.

 

우산꽂이에서 잡다한 것을 들춰내 하나하나 살펴본 끝에 아깝지 않을 것으로 적당한 것을 골라 손잡이를 옮겨 끼워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우산의 손잡이 구멍과 양산의 굵기가 서로 맞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연구를 거듭해가며 망치로 두드려 줄이고 구멍을 뚫어 핀을 박는 등 겨우 맞춰 넣으니 손색없는 본래의 모습이었습니다. 양산을 펴기고 하고 접기도 하며 빡빡한 곳에는 기름을 발라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양산 지붕을 활짝 펼쳤을 때 양산을 받쳐주는 접촉 부분이 패여 떨어져 나간 흔적이 보였습니다. 오랫동안 사용하다보니 플라스틱 제품이라 삭아서 쉽게 떨어져나간 것 같았습니다. 팽팽하게 펼쳐질 수 있도록 아무래도 공간 부분을 메워 주어야만 했는데 마땅히 양철 조각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만한 재료가 집안에 없었습니다. 궁리 끝에 여기저기 뒤지며 살펴보다가 아파트 재활용 수거함에서 양철 통조림 통 하나를 발견하여 깨끗이 씻어 구멍을 낸 다음 가위로 잘라 오려놓고 보니 이보다 더 좋은 재료는 없었습니다. 망치로 두드려가며 동그랗게 만들어 보철을 해주고 테이프로 칭칭 감아 힘을 받게 해 준 다음 실로 한 번 더 감아주니 보기에도 좋았습니다. 접었다 펴기를 반복하며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니 마음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습니다.

 

외출에서 돌아온 아내가 채소를 사들고 와서는 부엌에서 다듬고 있기에 오후 내내 공을 들여 고쳐놓았던 양산을 들고 가서 보란 듯이 짠! 하고 펼쳐 보이며 깜짝 놀라게 해줬습니다. 감쪽같이 손잡이가 달린 양산을 받아든 아내는 환하게 웃으며 좋아했습니다. 아내는 1단, 2단, 3단 조종을 해가며 양산을 쫙 펼치기도 하고 쭉 잡아당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때였습니다. 뚝! 하는 소리와 함께 양산 손잡이가 아내의 손에서 양산 몸체와 분리되고 말았습니다.

 

“에구머니나!”

 

아내는 깜짝 놀랐고 아내와 나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푸하하하하!” 하고 웃고 말았습니다. 아내는 미안한 듯 말했습니다.

 

“여보! 오늘 하루 종일 양산 손질 한 것이 헛수고가 되어 어쩌지?”

 

“나는 괜찮아! 내가 그냥 이번에 돌아오는 당신 생일 선물로 저번처럼 양산을 선물해 주면 안 될까?”

 

나도 미안해서 아내에게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나는 양산 안 사줘도 괜찮아! 양산보다 남편이라는 그늘이 있잖아. 그 그늘이면 어떤 양산보다 햇빛을 더 잘 막을 수 있고 튼튼하고 시원하니까 괜찮아.”

 

위트 있는 아내의 말에 양산을 고친 하루가 헛수고가 아닌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