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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글나라편지쓰기대회 최우수상_일반부
제 60호 소식지

제7회 글나라편지쓰기대회 최우수상_일반부 이옥란

 

하늘이 화가 났는지 연신 이틀 비가 마구 쏟아지다가도, 어제는 강하고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며 변덕을 부리네요!

매년 장마철이 돌아 올 때면 충성 할아버지가 더 생각이 나고, 그리워지네요!

지금은 비록 제복을 벗고, 평범한 주부로 세 딸과 함께 매일 전쟁 아닌 전쟁을 치루고 살아가고 있지만 매일 아침만 되면, 그리운 할아버지의 “충성~!”소리를 잊을 수가 없어요.

할아버지께서는 가끔은 인생 선배로서 조언도 해 주시고, 때로는 우리네 아버지처럼 자식 대하듯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시며 따뜻하게 대해주신 그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5여년이란 세월이 지났네요!

 

대학 졸업 후 부모님과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 없던 철없는 막내딸이 군대를 간다하니 놀라기도 많이 놀라시고, 부모님이 저를 군대에 보내놓고는 마음 편하게 주무신 적 없다 하셨지요. 그런데, 부모님께 충성할아버지 이야기를 들려 드렸더니

“세상이 겁나게 각박한지만 알아 부렀는디, 징하게 그런 고마운 사람이 있다냐!”하시면서 당부하신 말씀이 “잘해준다고 어른 헌테 버릇없이 굴지 말고~ 어른들 공경하고, 잘해드려야 헌다. 알겄지?”하셨지요.

할아버지 기억나세요? 우리의 첫 만남~~!

 

그날은 아침부터 찌는 듯 한 날씨에 할아버지는 입으신 조끼에 휘장이며, 뺏지며 휘황찬란한 것들을 달고 오셔서는 보는내내 가슴에 달고 있는 것들이 떨어질까 불안불안 걱정이 되었는데…….

할아버지께서는 저희 군인들보다도 더 씩씩하고 늠름하게 그리고는 우렁찬 목소리로

“충성~~” “충성~~”하시고, 또 출근하는 부대의 직원 분들에게도 “충성”“충성”을 외치셨지요.

그리고는 출근하는 차량에게까지 아침인사를 건네시던 할아버지. 저는 처음에는 ‘세상에 별나신 분이 계시네. ~~’ 했었죠.

하지만 ‘사람은 역시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되었답니다.

 

그렇게 인연이 된 할아버지와는 근무가 끝나고도 지속 되었지요.

부대근처에서 작은 쌀집을 하시던 할아버지의 집에 놀러 가면 손녀딸 같다면서 이것저것 내어주시고, 부대 복귀할 때는 검정봉지에 쌀 한 바가지씩 담아주시고는

“밥 굶지 마! 밥을 먹어야 힘이나고 일하니까 꼭 밥해서 먹어!”하시며 걱정해주시는 부모님 같은 고마운 할아버지셨어요.

그런 할아버지가 너무도 고맙고 감사해서 할아버지를 위해 없는 솜씨였지만, 그해 겨울 할아버지를 위해 목도리를 짜서 선물로 드렸더니

“고마워~! 올 겨울은 우리 이 하사 덕분에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겠네! 충성!”하시며 해맑게 웃으시던 할아버지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제가 비싼 선물도 사드린것도 아닌데 언제나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고마워하시며 더 큰 것을 내어주시려던 할아버지이셨어요.

3년 동안 힘든 훈련과 딱딱한 근무 중에도 즐겁고 감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할아버지가 계셔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정문초소에 매일 아침8시면 나오셔서는

“배고프지? 함께 나눠 먹어! 충성!”

하시며 사이다 한 병이랑 초코파이 한 상자를 옆구리에 끼고 오셔서는 우리에게 던져 주시고, 가끔은 수줍은 듯 새색시마냥 가실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할아버지가 주시고 간 사이다 한모금과 초코파이 한 봉지는 저의 입 속에서는 그 어느 것과도 비교 형용할수 없을 정도로 그 맛은 천국이었답니다.

 

할아버지!

웃으며 일하라 하시고, 어른공경을 알고 깨우쳐 주시면서 인생사는 이야기도 들려주셨는데, 정말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할아버지께서 하셨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참으로 값지고 소중하다는 것을 인생 살면서 깊게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세상은 각박하고 욕심 많은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넉넉하신 형편도 아니셨던 할아버지는 정작 당신보다 더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에게 베풀고 내어주시던 그 따뜻했던 마음과 그 사랑에 충성할아버지 존경하고 감사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지금처럼 앞으로도 저의 가슴속에서 “영원한 충성할아버지”로 남아 있을 거예요! 그리운 목소리 듣고 싶습니다.

할아버지의 “충성! 근무 중 이상무” 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