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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글나라편지쓰기대회 고등부 최우수상 - 이수진
제 36호 소식지

안녕, 수진아. 중학년 3학년 때 글나라에서 썼던 편지에서, 네가 좀 더 크면 다시 편지를 쓰겠다고 다짐한 적이 얼마 지나지도 않은 거 같은데, 시간은 평정심으로, 변함없이 빨리 흘러 꽃다울 고등학생이 되었구나. 길가 곳곳에 나뭇가지 끝자락에서 송이송이 벚꽃이 피었을 땐 연분홍빛 우리의 희망을 담아, 2016년 한 해를 꽃잎에게 부탁하며, 낙화하는 벚꽃들을 향해 신록을 앞두고 그들과 동화되고자 하는 염원을 바라는 이 시점이겠거니와, 3년 전 네가 편지를 마무리 할 때, 언젠가 ‘나’에게 편지를 쓰기로 한 약속 기억나니? 흘려들었던 ‘시간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말’이 가벼운 말은 아니었나 보다. 어리숙한 모습으로 바라보는 ‘수진’이의 모습, 그리고 과거를 회상하며 회상에 잠기는 ‘수진’이의 모습. 기억이 또렷하지는 않지만 희미하지만 생생하게 각본 시나리오처럼 끝없이 전개되고 이상향을 향한 나의 걸음은, 현재 진행형이구나. 지난 날, 언제나 똑같이 지나간 모든 일들을 제 3자의 입장으로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면 추억의 소중함이 더욱 와 닿기도 하다.
아장아장 '가, 나, 다, 라‘ 옹알이 할 유년기 때,
두리번두리번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천진난만했던 초등학생 때,
처음 교복을 입고 새삼 청소년으로 듬직한 중학생이 될 때,
고등학생, 현재, 이 시점, 추억이 너무나 소중할 바로, 지금. 이 시간.

새 학기가 되어 나에게 요즘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된 이슈를 살펴본다면, 아무래도 입시가 아니려나? 초등학생 때였다면, 이 현상이 무엇인지도 이해하지 못했을 나이겠지. 그 때는 자유롭게 웃음 지으며 교우관계를 중시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매일 쳇바퀴처럼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이 진부하다고 느껴진 적도 있지만, 주어진 환경 내에서 네가 생각하는 삶의 의미를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물론 몇 년 뒤 다시 지금보다는 새로움을 향할 미래의 ‘나’와는 다른,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오늘을 마음 속 깊이 새기길 바란다. 지금 이 자리에 서서 2번째 편지를 쓰기 까지, 많은 희로애락을 등지며 야자 시간에 산 너머 어쩌면 지구 한가운데에 있다는 뿌리 깊은 굳은 신념으로, 다양한 고민거리에 대해 고뇌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이 순간에도 꿈은 있지만, 꿈보다 앞서있는 입시 성적과 학교 과제물들에 오늘도 꿈을 개척하고 있을 네 오른손, 그 꿈을 무엇보다도 지지하는 왼손을 향해.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는 오늘을 최고의 순간이라고 여기며. 누군가 연대기에서 10대의 찬란한 청춘, 학창시절에 미소 지으면서 살아갈 꿈꾸는 내일을 향해서.

- 언제로 다시 돌아가고 싶으세요?
- 친구는? 어떤 친구가 평생 친구가 될까요?
실패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갈래의 길이 펼쳐진 수채화 물감으로 그린 환상의 미래를 향해 준비하고 있을 뿐이야. 아래의 질문처럼 임의의 사람에게 묻는다고 가정, 결론을 내릴 때 아직은 믿기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이 순간을 정말 부러워한다는 거. 알고 있니?
야간자율학습이 가장 힘들다고 한 이들은 많지만, 학교 앞 파라솔에서 친구들과 빨리 급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눈 기억을 되돌려 봐. 진로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말 할 수 있는 동반자적 친구를 옆에 두고서, 같은 학교에 있는 선의의 경쟁자이지만, 서로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그리워할 친구에게. 매점에서 매일 빠지지 않고, 상장이 있다면 우리는 개근상을 섭렵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식탐 덕분에, 나의 체중에 연연하는 척 하면서도 그 땐 그 때지. 테이블에 간식을 올려두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번져가는 청춘, 봄. 청청한 새잎이 돋고 다가오는 여름을 준비하는 것과 같이 너의 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선생님이 잔디밭을 지나가다 들르는 곳, 우리들의 꽃다운 미소가 번져나가는 곳, 여유를 부릴 수 있는 황금 시간. 1학년 때는 더 개방된 모습으로 다가왔다면, 지금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것처럼,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파라솔의 수다.

‘너’에게 다시 묻는다
행복이 무엇인지 찾아보라고. 들판에서 네잎클로버를 찾는 것과 다름 없는 일. 해가 거듭할수록 그런 행복 찾기는 희박하게, 체감 온도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그 시점에서. 기억나니? 제주도 수학여행 갔었던 잊을 수 없었던 그 날의 봄을 말이야. 참 고요하고 자연친화적인, 갈 길 바쁜 등굣길 붐비는 아침 출근길이 아니라 사람 사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낀다. 진정한 여유는 무엇인지, 과연 목표를 향해 쉴 새 없이 뛰어가는 현재의 모습이 과연 행복한지를. 정을 공유하며 느린 걸음으로 자연을 품을 수 있다는 게 무엇인지. 사진기로 플래시를 터트리며, 출력된 사진 속 추억을 더듬으며 숨 쉬는 자연을 느끼며, 그 가운데에서 브이-자 웃음을 날리며 담긴 단체 사진. 3박 4일의 순간이 이렇게 빨리 흘러가는지, 친구들과 함께 선생님이 모인, 그 자리에 미소를 품은 단체 사진 한 장으로 또 다른 행복은 더욱 생생해진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오늘도, 책상 위에서 꿈을 펼치고 있다.
4월, 4월도 어느새 절반이 흐르고 지금쯤 돋아나는 새싹과 함께,
늘 네게 내가 봄이 되기를
평생 함께할 내가 너에게 보낸다,
2번째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