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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글나라독서감상문대회 중등부 최우수상
제 29호 소식지

리버보이를 읽고

전남 목포 덕인중학교 전대산


사람은 누구에게나 망각하기에는 아쉬운 추억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느 날 부턴가 우리는 마음속에 자리잡은 지난 추억을 음미하며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가기 마련인데 이 책에 나오는 제스처럼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추억을 남겨준 할아버지와 어느 날 안타까운 이별을 하게 된다면 아마도 이별을 현실로 받아들이기까지의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직은 고교생인 나에게 인생이란 말은 너무 어려운 말이지만 마라톤과 같다는 인생이라는 먼 길을 걸어가는 우리에게 크고 작은 이별은 어디에나 존재할 수밖에 없는 숙명처럼 보였다.
이 책을 쓴 팀보울러는 어떻게 보면 죽음에서 비롯된 슬픈 이별을 이 작품속에 담아내려 했을지 모르지만 그리 슬프지 않은 한편의 시처럼 열다섯살의 소녀 제스를 통해 나를 책속의 길로 빠져 들게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리버보이라 이름 지어진 이 책은 우리 가슴 한켠에 잠자던 잊혀진 기억을 되돌려 주고 시간 속에 찍힌 빛바랜 흑백 사진을 다시 꺼내보듯 이미 스쳐 지나간 과거를 회상하게 만드는 소재를 담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처럼 보였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얼마전 하늘나라로 떠난 할아버지 얼굴이 생각났다.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서 어디에서도 볼 수 없지만 항상 시골에 갈 때마다 밭에 나가 옥수수를 열매를 따고 고추를 따던 할아버지와 같이 오곡이 무르익어가는 들판에서 보낸 추억이 너무나 많이 가슴속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하지만 언제나 건강을 자랑하던 할아버지는 갑자기 발생한 교통사고 때문에 병원 응급실에서 유언 한마디 못하시고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다. 나는 병원 영안실에서 마치 잠을 주무시는 것처럼 누워있는 할아버지를 붙잡고 제발 눈을 뜨라고 울며 부탁 했지만 싸늘하게 식어버린 손을 붙잡고 가슴이 미어지는 이별에 대한 슬픔을 맛보아야만 했던 기억이 이 책을 읽다 보니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아마 지금으로서는 기약 할 수 없지만 많은 세월이 흐른 후 나도 언젠가는 할아버지처럼 예기치 못한 슬픈 이별을 하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별은 모든 것의 끝이 아니라고 믿기에 할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했던 제스처럼 남겨진 사람들이 아픈 이별을 통해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이 책을 읽어가는 나의 작은 바램이었다.
아프면 아픈 만큼 성숙하는 사람들처럼 세상을 살아 가면서 아픔이 없는 사람은 한명도 없을 것이다. 아들인 아버지에게는 얼음처럼 차가운 할아버지였지만 손녀인 제스에게는 서로를 의지하고 친구처럼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고 이런 이별의 시간 속에서 조그만 철부지 소녀가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자연 풍경과 아름다운 별장을 눈앞에 떠올리게 만들었다.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우리에게 폭넓은 시야를 갖게 만들지만 할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하는 아버지를 설득하여 사랑하는 가족들과 떠난 마지막 여행을 통해 할아버지를 힘들게 만들었던 어린 시절 고향의 모습을 보여주고 갑작스런 화재로 인해 부모님과 집을 모두 잃고 눈물을 흘리며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지만 그 아픔이 절절이 느껴지는 고향을 꼭 찾아오고 싶어 했던 할아버지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제스에게 리버보이라는 환상적인 인물을 통해 자신이 가진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제목이 되고 이야기의 중간마다 나타나 할아버지와 손녀를 눈에 안 보이는 하나의 끈으로 이어주는 리버보이는 할아버지와 제스를 연결해주는 메신저였다.
나는 처음에 할아버지와 리버보이가 각기 다른 인물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다르게 검정반바지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가지고 다듬어지지 않은 원시적인 수영솜씨를 자랑하는 리버보이는 바로 젊은 시절의 할아버지 였다는 생각이 이 책에 빠져 들수록 더 강해지는 것을 보면서 리버보이는 할아버지의 또 다른 분신처럼 보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의 어린 시절 추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그토록 목말라 했던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숙연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갑작스런 심장발작으로 쓰러져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도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어 그림 그리는 일에 매달리다가 결국 손이 아파 끝까지 완성하지 못한 그림을 손녀인 제스가 할아버지를 도와 완성시켜 드림으로서 할아버지와의 또 다른 추억을 공유 하게 된 제스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유품이나 다름이 없는 그림을 볼 때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을 할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리고 산장 옆을 흐르는 강에서 신비한 소년 리버보이를 만난 제스는 어쩌면 리버보이가 할아버지의 목숨을 구할 거라는 희망을 갖게 되고 리버보이는 폭포에서 함께 수영하기를 청한다. 하지만 체스는 소년과 같이 수영을 하다가 갑자기 그만두는데 내 생각에 리버보이가 정말 젊은 시절 할아버지의 분신인 것이 사실이라면 리버보이의 부탁을 끝까지 들어주지 못한 것이 언제나 가슴 한켠에는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겨질 것만 같았다.
나는 응급실로 실려 간 할아버지를 찾아 11시간도 넘게 수영을 하여 브레머스에 도착한 제스의 용기가 대단해 보였다. 오직 살아 있는 할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는 불꽃처럼 강렬한 열망이 결국에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것처럼 항상 곁에 있을 줄 알았던 리보보이가 서서히 사라짐과 동시에 할아버지와 제스의 여정이 끝난 것은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가슴 떨리는 만남을 예고하는 서곡처럼 보였다.
나는 심장 발작으로 쓰러진 다음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도 리버보이는 괜찮을 거라고 말한 할아버지의 유골을 리버보이를 처음 만났던 폭포 정상에서 조금씩 흘려보내는 제스의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진홍빛 이별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인생은 흐르는 강물처럼 끊임없이 흐르지만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내 곁을 떠나더라도 형체만 사라질 뿐 내가 살아 숨 쉬는 한 그 사람과 함께한 추억까지 내 마음속에서 깨끗하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이 괴롭고 슬프면 울고 싶을 때가 있듯이 정말 울고 싶을 때는 울음을 참느라 고생하는 대신에 울고 싶은 만큼 실컷 소리내어 울어야만 후련한 마음으로 또 다른 시작을 할 수 있듯이 언제나 멈추지 않고 흐르는 강물처럼 돌뿌리에 걸려 넘어져도 절망하지 말고 다시 일어서야 하는 인생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고통과 이별을 경험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들이 겪어야 하는 현실이지만 가장 슬픈 날 가장 행복한 만남을 가진 제스를 통해 손녀를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마음과 할아버지를 이해하고 싶어 한 손녀가 모든 것의 끝이라고 알고 있는 죽음을 아름답게 느끼고 있다는 점이 일반 사람들의 시각과는 상당히 달라 보였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소중한 사람들이 낙심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좀 더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엇갈리는 죽음의 끝자락에 찾아 온 슬픈 이별 속에서 추억을 남기고 떠난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을 이 책은 나에게 알려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