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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글나라 편지쓰기 대회 어린이부 최우수상 - 민윤서
제 23호 소식지

<제비꽃 선생님에게>

 

 선생님, 안녕하세요?
 지난 일요일에 수통골에 아빠와 산책을 하러 갔는데 곳곳에 보라색 제비꽃들이 활짝 피어있었습니다. 유난히 제비꽃을 좋아하셔서 별명이‘제비꽃샘’이신 선생님 얼굴이 그날따라 정말 많이 생각났습니다.
 1학년 1반 43번 민윤서...기억하시죠? 벌써 저는 5학년이나 되었답니다.
 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선생님 얼굴 뵈었을 때 생각나요! 갸름한 얼굴에 스튜어디스처럼 목에는 머플러를 하시고 16명 우리 반 친구들에게 밝게 웃으시며 1년 동안 잘해보자고 하셨던 말씀이요. 저는 사실 낯가림도 많고 친구들 사귀는 것도 힘들고 그래서 아침마다 학교 가는 걸 정말 힘들어 했던 걸로 기억해요. 선생님께서 작년에 영어교실에 저를 오라고 하셔서,
 “윤서야, 이걸로 좋은 책 사서 많이 읽어.”
하시며 도서상품권 주셨을 때만 해도 그렇게 가시는 줄은 정말 몰랐어요. 3학년 영어말하기 대회 때에도 기억나요. 태어나서 그렇게 떨렸던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앞에 섰는데 모든 사물이 희뿌옇게 보이고 귓가에는 웅~웅~ 하는 소리만 들리고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선생님께서 활짝 웃으시고 제게 “민윤서, 파이팅!” 하시며 하이파이브를 해주셨었어요. 그런데, 선생님! 그거 아세요? 그 때의 기분이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두렵지 않고 걱정되지 않고 나를 응원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그렇게 큰 힘이 되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선생님이 전근 가시고 저희 엄마는 늘 선생님을 그리워하세요. 나중에야 들은 얘기인데 1학년 어느 날 제가 지각을 해서 선생님께 혼이 날까봐 학교에 가기 싫다고 엄마에게 투정을 했데요. 그래서 엄마는 저를 학교 교실 문까지 데려다 주고 가셨데요. 그런데 가다가 걱정이 되어서 다시 와보니 제가 숫기가 없으니까 교실 문을 못 열고 계단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펑펑 우셨다고 합니다. 새 학기부터 한 달을 넘게 학교 안 다닌다고 아침마다 우는 저와... 사실은 그 때 할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셔서 재활치료로 저희 집에 계셨을 때였으니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는 자식 키우기도 부모님 모시기도 결코 녹록치가 않으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요.(쉿!쉿!) 엄마가 살면서 자신의 속 얘기를 제일 많이 털어놓은 사람이 선생님이래요. ㅎㅎ
그 이후로 저는 학교 다니는 것이 즐거워졌습니다. 누군가 내 편이 있다는 것이 참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그리고 용감하게도 만들었습니다. 저는 얼마 전 전교 부회장 선거에도 나갔어요.(물론 아쉽게 떨어졌지만요. 헤헤^^) 지금은 학급 회장이에요. 내년에는 전교 회장에도 나가 볼려구요. 제게 이런 자신감을 심어주신 것도 선생님이세요. 아시죠?

 1학년 무더운 어느 날 저희 반 한 남자 아이가 왕따를 당해 놀림 받는 것을 아시고 선생님께서 가해자인 아이들의 발바닥을 회초리로 때리시고 반성문까지 쓰게 하셨잖아요. 그리고 가해자의 부모님들께 그날 있었던 정황들을 설명하시고 그에 대한 질책을 하실 거면 하셔도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선생님이니까 그리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빠께서는 그 이야기를 듣고 ‘죽은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딩 선생님’ 같다고 말씀하시고 요즘 같은 세상에도 이렇게 훌륭하신 선생님이 있다며 많이 배우고 존경하라고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소신 있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있어야 그리 할 수 있다는 것을 5학년이 된 지금에야 알았습니다.

 선생님! 제 꿈을 기억하시나요? 저는 5살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어요. 바로 판사님입니다. 김기옥 부장판사님 같은 분이요. 과거의 남학생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후부터 나쁜 길을 가게 된 여학생이 서울시내에서 친구들과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나다 붙잡히게 되었는데 판사님은 이 여학생에게 ‘법정에서 일어나 외치기’판결을 했습니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게 생겼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나는 세상에 두려울 게 없다. 이 세상에 나는 혼자가 아니다" 를 따라 외치라고 하셨어요. 사실 이 소녀는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부하며 미래에 간호사를 꿈꾸는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어느 날 집으로 가던 중 남학생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후 병원 치료를 받았고 그 충격으로 홀어머니의 신체 일부가 마비, 소녀는 결국 학교를 겉돌다가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던 것이래요. 판사님은 다시 법정에서 지켜보던 참관인들 앞에서
 "이 소녀는 가해자로 재판에 왔지만 이렇게 삶이 망가진 것은 이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여기에 앉아있는 여러분과 우리 자신입니다. 이 소녀가 다시 이 세상에서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잃어버린 자존심을 우리가 다시 찾아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눈시울이 붉어진 판사는 눈물이 범벅이 된 소녀를 법대 앞으로 불러 세워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건 바로 너야.”
라고 말을 하며 판결을 내렸던 사건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접하고 세상에는 각자의 위치에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소신대로 살아가시는 분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선생님!
 며칠 전 선생님의 카스를 보고 엄마가 아빠에게 하는 얘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전근 가셔서 많이 힘드신가 보네. 일이 너무 많으셔서 과부하라고 말씀은 하시지만 일로 투정부릴 분은 아니시니 사람들로 힘드신 것 같아.”
 부모님이 나누시는 얘기를 듣고 용기를 내어 편지를 썼어요. 저를 응원해 주는 단 한사람(선생님) 만으로도 제가 이렇게 멋지게 성장할 수 있었는데, 선생님은 벌써 저와 저희 아빠, 그리고 저희 엄마까지 벌써 세 사람이나 응원하고 늘 지지해주는 팬들이 있는데 걱정하시지 말고 힘내시라고요. 아시잖아요? 제비꽃샘께 무한충성이라는 것을요.
 선생님, 많이 윤서가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늘 그 자리에서 그렇게만 계셔도 큰 힘이 되는 많은 제자들이 생겨날 거에요. 아자! 아자! 파이팅이요.

                                                                                                                                                              2015.03.29.
                                                                                                                           ~ 선생님의 영원한 제자 윤서 올림 ~

 

- 어린이부(초등 고학년) : 대전봉명초등학교 5학년 민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