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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선정 도서
제 14호 소식지

, 삐뚤어질 거야

허은실 글·조원희 그림 / 한솔수북(2013)

 

오래 전 개그콘서트에서 어느 개그맨이 걸핏하면 날리던 멘트가 , 삐뚤어질거야.”였다.

다 큰 어른이 그 말을 하니 웃음 소재가 되었나 보 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에게 이 말은 선언이다. 크게 들어야 한다.

엄마가 유치원에 갔다 오면 손부터 씻으라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얼굴도 씻어야지! 음식은 하나도 남기지 말라고 해서 접시를 싹 비웠더니, 누나 먹을 건 남겨 둬야지! 동생을 잘 돌보라고 해서 열심히 놀아 줬더니, 또 동생 괴롭히니? 엄마가 이 정도면 아이들은 폭발하고도 남는다.

러나 막상 소심한 우리의 주인공이 펼치는 반항은 참 보잘 것 없다.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머리 말리는 엄마가 화장실에 있다며 거짓말을 해 보고, 욕조에 거품 비누 좀 더 풀어 보고, 실내에서 공 한 번 뻥 차 보는 그 정도.

하지만 아이의 이런 행동을 어른들이 잘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사실 엄마들은 아이를 많이 참아준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하루종일 아이들과 투닥거리는 엄마들은 고단하다.

그러나 무심한 한 마디의 말에 아이들은 상처를 받는다.

아이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을 때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될 책이다. 아이들이 참 좋아할 것이다.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 열린 책들(2014)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은 독자라면 이 책이 더욱 재미 있게 느껴질 것이다.

상당한 분량에 압도되긴 해도 읽기에 그다지 부담스럽진 않다.

이야기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흑인 빈민촌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놈베코. 5살 때부터 공동변소 분뇨통을 나르고, 까막눈이긴 했지만 셈에 관한 한 천재적인 두뇌를 타고났다.

아이는 열 넷에 옆집 아저씨에게 글을 배우고, 라디오를 들으며 똑똑하게 말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옆집아저씨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우연히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게 되자 빈민촌을 떠난다.

이 후 놈베코는 수많은 인간 군상들이 만나게 되는데, 수학이라곤 아는 게 없는 핵무기 엔지니어는 물론이고, 둘 중 하나만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쌍둥이 형제, CIA가 자신을 쫓고 있다는 불안증에 걸린 미국인,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짝퉁 사기를 일삼는 중국 여자들, 세상 모든 일에 분통을 터뜨리는 소녀, 자신의 태생은 백작부인이라는 환상에 젖어 살아온 감자 농사꾼, 농부가 꿈이었던 철없는 국왕 등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넘나든다.

어느 누구도 완벽하게 옳지 않은데도 저마다 잘났다고 떠드는 세상에서, 실제로 세상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가장 낮은 존재인 까막눈이 여자, 놈베코다.

책을 읽다보면 핵폭탄과 인간 시한폭탄 그리고 세계 평화에 대해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