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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걷기로 하였다(김경만, 수필in, 2022)
제 114호 소식지


한국독서문화재단 글나라연구소 상임연구원 김경만 선생님의 새 책을 소개합니다.


작가의 말


겨울 산, 그 끝없는 능선 속에는 헤아릴 수 없는 가시들이 공중을 향해 자라고 있다. 허허로움이 눈물처럼 흘러내린다. 동그란 이슬이 햇살에 녹아드는 시간, 자라면서 기댈 곳이 허공밖에 없는 나무, 먼 나무부터 나에게 걸어온다.
유익한 글은 우연히 쓰이지 않음을 안다. 작품은 인격의 최상을 나타내기에 삶에 진솔하게 임해야 함도 안다. 그러기에 모든 문장은 인생을 살며 경험하는 시련의 결과물일 터이다. 작가의 길은 철학자의 길이어야 하고 또한, 순례자의 길이어야 할 것이다. 글쟁이가 글을 써내려가는 것은 꼭 할 말이 없어도 습관처럼 펜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젠 희망이란 단어를 좀체 글에 담지 못한다. 하지만, 숲에서 나무에게 배운다. 늙어가지 말고 어른으로 계속 커 가야 한다는 것을….

이번 책에는 귀향 전 일상에서 사유하였던 것들과 고향 거제도로 돌아와서 바다와 숲과 더불어 사계를 지내며 찾아든 상념을 담았다. 이 책이 사랑의 기록이 되었으면 좋겠다. 살면서 많은 것과 관계하며 사유한 것에 대한 그리고 사랑한 것을 기억하였다.
걸으며 떨쳐내지 못할 상념은 없다. 평소 느리게 걷기를 즐긴다. 숲길을 걷고 있는 시간만큼은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나 스스로 세운 목표에 대한 중압감 같은 감정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어 좋다. 그래서 나는 걷기로 하였다. 붉게 물든 석양 아래 자주 선다. 우린 어둠에서 아침을 배워야 하기에 오늘도 설익은 눈을 비빈다. 세상에 남은 온기 채집하며….
기어이 어머니 품에 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