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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
제 18호 소식지

 

 

얼마 전 EBS다큐프라임 - 슬로리딩이 방송된 이후 슬로리딩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슬로리딩으로 수업을 해줄 수 있는 독서지도사가 있는지를 문의해 오기도 하고, 서점가에서는 슬로리딩과 관련있는 책들이 제법 주목을 끌었다. 그렇다면 우리도 슬로리딩이 무엇인지 한 번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교과서는 들춰보지도 않은 채 얇은 소설책 한 권으로 3년 동안 공부한다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적'의 수업(p.4)을 했던 일본 메이지 시대에 태어난 하시모토 다케시와 그의 제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1장에서는 천천히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2장에서는 하시모트 다케시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수업을 하게 되었는지, 3장에서는 소설책 1권을 3년 동안 읽기란 어떤 수업을 말하는지, 4장과 5장에서는 하시모토 다케시의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그 수업을 하기 위해 교사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수업의 결과는 6장과 7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과 함께 하는 슬로리딩 수업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다.


 

공교육 안에서 이러한 교육이 이루어지기에는 많은 난관이 있어보인다. 이 수업을 위해서는 수업에 임하는 학생의 의식도 변해야하지만, 기본적으로 교사의 자질이 우선되어야한다. 하시모토 다케시 선생님이 은수저라는 소설 한 권으로 수업을 하기 위하여 학생들에게 준 인쇄물에는 우리가 요즘 하고 있는 독후활동의 다양한 방법들이 포함되어 있어 낯설지 않았다. 그러나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시모토 선생님의 노력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하여 작가와 연락을 하고 정보를 얻었으며. 소설의 내용에 국한되지 않고 옆길로 새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조사하였다. 이러한 교사의 노력은 학생들에게 밥을 떠먹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생들이 더 깊게 탐구할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다.

 

"주입식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흥미를 느껴 빠져들게 하려면 무엇보다 '학생이 주인공이 되어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작품의 내용과 작품 속의 단어에서 파생되는 것들까지, 학생에게 진정한 국어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줄 교재는 없을까. 줄곧 그 생각만 했습니다." (P.22)

 

국어는 모든 공부의 기본이라는 말은 수십번, 아니 수만번을 들었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사실을 자주 잊어버리곤 한다. 학력의 토대가 되는 것은 바로 국어실력이다. 국어실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어떤 문제에 부닥쳤을 때 그 문제를 어떻게든 넘으려는 학생은 책을 많이 읽은 학생이다. 책을 단순히 많이만 읽는다고 국어실력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책 속의 상황과 정보와 지식을 잘 이해하고 공감했을 때에 가능하다. 그것이 가능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하시모토 선생의 수업방식이었던 것이다.

 

하시모토 선생님의 은수저 수업은 독서교육에 있어서 하나의 방법을 제시한다. 사회적 상황이 다르고,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하시모토 선생님의 수업방식을 맹목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다. 독서교육을 함에 있어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이 얼마나 중요한가, 교과서가 알려주는 단편적인 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하면 나의 삶에 접목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