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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데 당근이 필요한가
제 96호 소식지

요즘 청소년을 키우는 학부모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독서'를 위한 '당근'에 관해 고민하는 분들을 자주 본다. 왜냐면,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일", "어린이와 청소년 시기에 꼭 해야 할 일",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로 생각하는 학부모가 많은데, 막상 아이들은 부모의 생각만큼 따라 오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떤 '당근'이 필요한지 고민을 하게 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듣기와 말하기'는 '읽기와 쓰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언어를 주고받는 환경에서 수천 수만번의 듣기를 통해 말하기를 습득한다. 이에 비하면 읽기와 쓰기는 '문자'를 익히는 단계에서부터 '문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그쳐 '자신의 생각'을 '문자'로 다시 표현하는 단계까지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거꾸로 얘기하자면, 아이들이 말하기를 배울 때처럼 '수천 수만 번'의 연습을 한다면 읽기와 쓰기도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어려서부터 부모가(혹은 양육자가) 책을 읽어주고, 그 책에 관해 함께 이야기하고 대화를 나누었다면 아이들은 '당근'이 없어도 '책이 주는 재미'와 '읽어서 알게 되는 지적 만족감'을 통해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된다.

나는 '책'을 읽게 하는 가장 좋은 '당근'은 바로 그 책 자체라고 생각한다. 용돈을 얻기 위해서, 갖고 싶은 물건을 선물 받기 위해서 읽는 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만나게 되는 세계는 무궁무진하며 아이들이 그 세계를 통해 경험하는 것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

요즘은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책이 아주 많이 나온다. 사실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들 정도이다. 책을 읽는 일이 부모와 협상을 해야 할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혹시 내가 그런 상황을 자꾸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억지로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기 보다 재미있거나 관심사에 해당하는 책 한 권을 권해주는 것이 훨씬 낫다.                                                  -글나라 소식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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