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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률과 문해율
제 82호 소식지

문맹률과 문해율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흐르는 시대가 또 있었던가. 하룻밤만 지나도 새롭고 놀라운 일들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다. 흔히 말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정보 속에서 나에게 요긴한 정보를 알아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글자를 모르는 사람의 비중은 아주 낮은 편이다.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사한 결과, 성인의 문맹률은 전체 성인인구의 1.7%라고 한다. 이는 글을 몰라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겪는 사람의 수가 극히 적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 문맹인 비문해율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2017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성인의 22%가 한글을 읽고 쓸 수는 있지만 복잡한 내용의 정보는 이해하지 못하는 실질적 문맹이라고 한다. 성인 5명 중 1명은 소리 내어 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그 내용을 명확히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어떠할까? 학생들의 문해력이 부진하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문제 제기가 되어왔다. 시각적인 영상, 이미지가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어쩌면 문해율이 더욱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르겠으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큰 문제다.
  국어 실력이 단단한 토대가 되지 않으면 학령기의 학습뿐만이 아니라 성인으로서 살아갈 삶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정보를 알려주었는데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지 않겠는가. 말과 글에 둘러싸여 사는 현대 사회에서 듣고, 읽고, 쓰고, 이해하는 능력은 그 무엇보다도 갖추어야 할 중요한 능력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귀한 정보가 있어도 내가 그 정보의 진가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정보는 쓸모없다. 아무리 나에게 유용한 지식, 자료가 있어도 내가 그것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다면 그 자료는 한낱 스쳐 지나가는 활자일 뿐이다. 이제는 문맹이 아닌 문해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긴 글을 보고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요 할 것이 아니라, 어렵고 때론 귀찮더라도 조금씩 읽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 독서가 있다. 책을 읽는 것이 어렵다면 그림책부터 다시 독서를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그림책은 어린이만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어른이 읽어도 감동과 즐거움을 주는 그림책이 많다. 그리고 철학적인 깊이가 있는 책도 그림책도 다양하게 출판되고 있다. 책 읽기가 조금씩 익숙해지면 짧은 글로 이루어진 에세이나 산문집을 시작으로 점점 난도를 높여가면 된다. 내가 글을 이해하는 깊이가 깊어지면,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질 것이다. 시야가 넓어지면 사고의 깊이도 깊어진다. 그러다보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가득찬 지구라는 이 행성을 온전히 즐기는 날이 올 것이다.

<독서지도사 강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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