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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
제 76호 소식지
아는 만큼 보인다.

 작년 여름, 난생처음으로 스크린이 아닌 무대 앞에서 뮤지컬을 보았다. 평소에도 뮤지컬을 좋아했기에, 스크린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배우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배우들의 생생한 표정,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희미하게 일렁이는 바람결, 심장을 쿵쾅거리게 하는 노래를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다는 설렘. 표를 예매하고서부터 공연장에 입장하기 전까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흥분의 자리에 어떻게든 차분함을 넣어보려고 애를 썼던 기억이 난다. 뮤지컬을 보고 나서는 한동안 그 뮤지컬의 넘버와 배우들의 연기, 춤, 무대 장면을 다시 되뇌고 상상하였으며 끊임없이 듣고 또 들었다. 이 경험 덕분에 음악과 춤이라는 분야에 깊이 빠져들었고, 세상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시야를 얻었다.

 때로는 예술과 문화생활이 그다지 쓸모가 있어보이지 않는다. 학업에, 삶에 당장 도움되거나 이득이 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험은 이성의 세계가 아닌 또 다른 세상을 열어준다. 공연에서 느꼈던 전율과 감동은 나의 삶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었고, 지금도 그 영향 아래 있다. 한 번의 강렬한 경험은 더 다양한 문화 생활로 이끌었고, 그와 관련된 도서도 찾아 읽어보곤 한다. 덕분에 그전까지 체감하지 못했던 감성의 세계가 주는 기쁨을 더욱 열렬히 느끼고 있다. 

 독서도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를 들려주고 보여주고 느낄 수 있게 한다. 진부한 말이지만 세상은 넓고 무궁무진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한 사람이 이 지구상에서부터 반짝이는 별로 가득한 우주, 혹은 미지의 세계까지 모든 것을 다 경험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책을 통해서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책은 어떨 때는 끝없는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고, 때로는 타인을 이해하게 하는 매개체가 되고, 가끔은 한 번도 겪어보지도 상상하지도 못한 세계가 있음에 우리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사람마다 그 상황을 해석하는 눈은 천지차이다. 더 많은 세계를 알고, 더 많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세상을 만지고 느낄 수 있다. 독서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는 순간, 평범했던 세상은 더이상 평범한 곳이 아니라 놀랍고 경이로움이 가득 찬 장소가 된다. 그리고 여기서 오는 기쁨과 희열은 우리의 인생을 어떻게든 바꿔놓는다. 우리 앞에 펼쳐질 무한한 세계가 궁금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오늘은 모든 걸 내려놓고 한 권의 책 속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의 그 시작이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폭풍과 같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처럼 범상치 않은 변화를 가져올지 모를 일이니 말이다.

독서지도사 강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