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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는 것
제 35호 소식지

 

생각이 많아지고, 밤잠 설치는 날이 늘어나던 어느 날, 그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손에 잡지 않았던 책을 펼쳐들었다. 책장에 꽂아 둔 책들 중에서 그냥 아무 것이나 한 권을 빼들고 첫 장을 넘기니 10년 쯤 전 어느 날, 작가 강연에 가서 직접 싸인을 받은 책이었다. 90년대 중 후반 주목받았던 젊은 작가들이 20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젊은 작가로 불린다는 사실은 좀 아이러니지만, 어쨌든 그런 작가 중 한 명의 책이었다. 버려지지 않고 지금도 내 책장에 그 책이 꽂혀있다는 것은 내게 특별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정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다. 작가의 생각을 읽기도 하고, 때로는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르게 읽기도 한다. 시험 답안을 쓰기 위해서는 공통된 정답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찾을 필요가 없다. 우리가, 그리고 아이들이 책을 멀리 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정답을 골라내기 위해 재미와 감동을 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와 함께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곳을 자주 찾아다녔다. 비행기 한 번 타 본 적 없는 아이지만, 앤서니 브라운은 두 번을 만났고, 율리시스 무어를 쓴 피에르도메니코 바칼라리오도 만났다. 이수지 작가와 함께 책놀이를 했던 기억도, 오치근 작가의 그림을 따라 그려본 것도, 이루리 작가가 읽어주는 그림책 이야기에 푹 빠진 적도 있다. 몇 년이 지난 일들이지만 아이는 그 경험을 또렷하게 기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는 여전히 그들의 책을 좋아한다. 작가의 의도를 알기 위해서, 정답을 찾기 위해서 작가들을 만났다면 그렇게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작가를 직접 만나야만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다. 책을 읽는 동안 주어진 '정답'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