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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동아리 전성시대
제 24호 소식지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 PC통신이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현실이 아닌 온라인 세상에서 책을 읽고, 토론하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지를 알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동네 서점에 가면 문학 코너의 한 벽면을 온통 시집이 차지하고 있기도 했고, 젊은 작가들이 쏟아져 나와 각축을 벌이기도 했다. 그 당시 데뷔작을 냈거나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했던 작가들이 이제는 자기 목소리 꽤나 내는 작가들이 되어 있는 듯하다. 독자들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책 읽기 모임을 만들었는데, 학교나 지역에 국한되어 있던 모임이 PC통신이라는 새로운 수단을 사용하여 전국으로 활동범위를 넓혔고, 많은 사람들이 책을 매개로 하여 교류를 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요즘은 어떨까? 온라인 서점과 대형서점 틈바구니에서 동네서점들은 사라졌고, 푹풍처럼 몰아쳤던 도서정가제제에, 출판계는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미디어에서는 자꾸 책 읽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책 읽는 사람이 없는걸까? 책을 사는 사람이 없는 걸까? 책 읽을 시간이 없는걸까? 책 읽을 마음이 없는걸까? 여러 가지 생각이 겹쳐지는 요즘이다.

 

이런 흐름과 경향을 반영한 것일까? 독서동아리에 대한 지원 사업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2015가을독서문화축제의 사전행사로 (사)한국독서문화재단이 모집 중인 독서동아리지원사업을 비롯하여,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온드림 독서클럽',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독서동아리 활동지원 사업, 몇몇 출판사들의 독서소모임 지원 사업 등 여름과 가을을 겨냥하여 다양한 지원사업이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독서동아리들이 지원을 할까 하는 우려와는 달리 지원 규모를 훨씬 웃도는 독서동아리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책을 읽는 사람은 있다. 그런데도 책을 사지 않는 것에는 분명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식과 정보는 책이 아니어도 찾을 수 있고, 감동과 재미도 다른 장르를 통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독서동아리가 활성화된다면,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책의 내용을 공유하고,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 보기 때문에 이러한 사업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혼자 하면 하기 어려운 일도 함께 하면 쉬워진다. 혼자 읽으면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는 책도 함께 읽으면 유용한 정보가 되고 공감할 수 있다. 상품으로서의 책이 여러 가지 사회적 여건으로 푹풍에 휩쓸렸다면, 가치로서의 책을 건져 올릴 때가 아닐까?

 

독서지도사 임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