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소개

> 글나라소식 > 글나라 소식지
제9회 글나라독서감상문대회 청소년부 최우수상 '페인트를 읽고'
제 89호 소식지
그들이 나의 부모임을

TV 프로그램을 보면 거짓말 탐지기에 손을 올려놓고 “난 다시 태어나도 내 아내와 결혼 할 것이다.” 
같은 얘기를 하며 거짓이 나오는지 진실이 나오는지에 대해 웃고 떠든다. 내가 질문을 하나 해보겠다. 
“다시 태어나서, 당신의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지금의 부모를 선택 하시겠습니까?"

내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솔직히 나는 나의 부모님께 여쭤보고 싶다. 
부모님이 좋다고 하시면 난 기꺼이, 또 몇 번이라도 다시 내 부모님의 딸로 태어날 것이다.

TV를 보다가 씁쓸한 내용을 보게 됐다. 외국의 사례였는데, 한 남성이 부모를 고소한 내용이였다. 
난 태어나고 싶은 마음도 없었는데 동의 없이 날 낳아서 잔소리하고, 참견한다는 이유였다. 
아마 그 사람은 이 책처럼 부모를 선택해야 될 것 같다.

“페인트”는 부모가 없는 영유아와 청소년들을 보호 관리하며 그 아이들은 부모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설정이다. 
이렇게 부모를 선택하는 것, 즉 부모 면접을 하는 것을 ‘페인트’라고 부른다. 
난 ‘페인트’를 아이와 함께할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정부의 지원금만을 노리고 연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원금을 노리고 페인트를 한 부부에게 주인공이 15점을 매기는 장면은 참 통쾌했다.

주인공은 불완전한 두 부부에게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끝내 그 부부를 선택하지 않는다. 
자신이 그들에게 좋은 아들이 될 수 없다며 주인공은 멋진 사람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이제부터는 부모 면접을 안 보겠다며 이런 말을 한다.

“울타리 밖으로 벗어난 양은 늑대에게 잡아먹히죠. 하지만 더 맛있는 풀을 발견할 수도 있어요.”

우리 부모님은 난생 처음 해보는 부모 노릇에 힘이 드실 거다. 나의 부모님과 난 불안정하고 완벽 하지도 않다. 
그래서 우린 늘 행복하다. 난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내가 그들의 딸임을, 그들이 나의 부모임을.

모든 부모와 자식은 완벽하지 않고, 또 불완전하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하고 완벽히 서로를 사랑한다. 
사춘기를 겪어 부모님을 원망하는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너는 얼마나 좋은 자식이였니? 부모님 탓만 하진 않았니? 너희 부모님을 봐. 
부모님이란 이유로 널 위해 모든 걸 희생하고 있잖아.”

부모님을 생각하면 늘 죄송하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 부모님께 불평불만하고 있는 모순적이고 이기적인 나를 발견한다.
나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이라며 조금은 씁쓸하게 웃어 보이시는 모습이 너무 슬퍼 보인다.

어느새 엄마 키를 따라잡아 편하게 손을 잡고 걷는다. 엄마가 말한다.
“조그만 해서 품에 쏙 들어왔던 시절도 있었는데.”
내가 이어서 질문했다.
“그럼 그때가 더 좋아요? 돌아가고 싶어요?”
엄마가 웃으며 대답한다.
“아니, 난 지금이 제일 좋아.”

우리는 그때와 똑같다. 서로를 가장 먼저 사랑한다는 사실만은 여전하다. 
아빠라는 이유로 엄마라는 이유로 나에게 주는 사랑과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아무리 부모님을 사랑해도 부모님이 주시는 사랑에 보답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난 늘 부모님께 진심을 담아 이야기 할 것이다.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