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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글나라 독서감상문대회 최우수상(어린이부)_다른 건 틀린게 아니야
제 88호 소식지

까만 한국인을 읽고서 _다른 건 틀린 게 아니야 (6학년 이*비)


우리 주변에는 다문화인 아이들이 많다. 

중국이나 베트남, 일본아이들은 그래도 티가 별로 나지 않지만 까만 피부를 가진 ‘부’ 또는 ‘모’의 자녀로 태어난 아이들은 

피부색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숨길 수가 없다.


이 책의 주인공인 박킬리라는 친구도 마찬가지이다. 

아빠는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장애인이고 

엄마는 킬리만자로가 있는 아프리카 대륙 어딘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프리카인이다. 

킬리의 아빠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킬리만자로를 두 번이나 등반한 의지의 한국인이고 

그 곳 킬리만자로에서 가이드를 하는 엄마를 만나 사랑에 빠져서 태어난 아이가 킬리이다.


킬리는 달리기도 잘하고 영어 강사를 하는 엄마 덕분에 어릴 때부터 영어를 접해서 영어실력도 뛰어나지만 

언제나 튀고 싶지 않은 탓에 영어도 못하는 척, 달리기도 일부러 꼴찌를 도맡아 한다. 

아무래도 주변에서 까만 피부 탓에 뒤에서 수군거리는 어른들, 

무엇보다도 까만 피부의 한국인인 킬리를 못마땅해하는 친가 가족들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찌됐던 킬리는 반 친구들의 놀림과 따돌림에도 의연하게 대처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등 

스스로 왕따를 선택한 친구이다. 

맞으면서도 놀림 받으면서도 말 한마디 못하는 세종이를 답답해하고 그래서 가끔은 도와주기도 하는 친구. 

하지만 수아라는 친구를 좋아하면서도 자신을 싫어하는 수아에게 다가가지도 못하는 친구. 

그런 킬리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수아의 생리대의 절도범으로 몰리면서이다.


그 사건으로 인해 피부색이 튀지 않는 케냐라는 나라로 이민을 선언했고 

여름 방학에 케냐로 떠나게 되었지만 공항에서부터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처럼 자가용도 없고 버스로 몇 시간을 달려간 외가는 너무나 초라하고, 

음식은 입에 맞지 않아 아프게 되고 한국과 모든 것이 비교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 킬리에게 외할아버지는 흰 사자를 보여주게 되고 

킬리와 달리 피부색에 굴하지 않고 모든 것에 당당히 맞선 흰사자는 밀림의 왕이 될 수 있었음을 얘기해주셨다. 

그리고 언제든 이곳에 와서 살아도 좋지만 킬리가 피부색 때문에 비겁하게 도망오기 보다는 

당당하게 맞서길 바란다는 말씀을 해주신다. 

그리고 흰사자의 이로 만든 목걸이를 선물해 주시면서 ‘추쿠아 심바 콰모요(마음 속에 사자를 품으라는 뜻)를 외쳐주셨다.

그 일을 계기로 킬리는 아빠와 엄마가 함께 올랐던 킬리만자로를 오르면서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한국에 와서도 친구들과 잘 지내게 된다는 이야기 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친구들보다 늘 머리 하나는 컸었다. 

그러다보니 몸무게도 당연히 다른 친구들보다 많이 나갈 수밖에 없는데 친구들은 돼지라고 놀렸다. 

키가 큰 것도 싫고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도 화가 났다. 

나에게 이렇게 큰 키를 유전시킨 아빠가 원망스러워 말만 시켜도 화를 내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늘 쭈그리고 다니고 잠도 늦게 자고 밥을 굶기도 했다. 

그런데 까만 한국인 킬리의 변화를 보면서 나도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해서 나를 놀리는 친구도 없지만 나도 이제 당당해지고 싶다. 

신경질 부리고 나쁜 말로 친구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 보다는 유연하게 대처하는 기술을 배우고 싶다. 

나는 키 큰 게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 

키가 커서 좋은 점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킬리와 다른 친구들은 피부색이 다른 것이지 틀린 게 아닌 것처럼, 나도 키가 큰 게 틀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런데 나는 왜 그동안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보다는 놀리는 친구들의 목소리를 더 크게 들었던 걸까. 

왜 그 아이들의 말만 떠올리며 상처 받고 위축되었을까. 

나를 놀린 친구도 부러워서 한말일 수도 있는데 왜 나는 그 아이들의 마음을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나에게는 연아라는 친구가 있다. 

예쁘게 생기기도 했고 나랑 죽이 잘 맞아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자신의 집에는 놀러오지 못하는 게 서운해서 조금 멀어지게 된 연아. 

알고보니 엄마가 러시아에서 오신 분이라고 했다. 

이 책의 킬리를 보면서 나는 계속 연아를 떠올렸던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연아의 엄마를 실제로 본 적이 없지만, 

그리고 내가 연아의 엄마가 해외에서 오신 분이라는 것을 알기를 원하지 않을 것 같아서 아는 척 할 순 없다. 

하지만 킬리가 세종이에게 했던 것처럼 ‘추쿠아 심바 콰모요’ 라고 외쳐주고 살포시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점점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시간은 짧아지고 있고 하루안에 왕복이 가능한 나라도 너무 많이 있다.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 우물안의 개구리가 되지 않는 비법이라는 생각도 든다. 

까맣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니다. 

키가 크고 뚱뚱하다고 해서 잘 못한 게 아니다. 

케나의 그 흰 사자를 생각하며 매사에 당당하게 도전하는 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