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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글나라백일장대회 어린이부 우수상 "나에게 보내는 축하"
제 87호 소식지
<나에게 보내는 축하>                      박*아

 햇빛 쨍쨍한 어느 한낮이었다. 침대에 던져져 있던 내 핸드폰이 요란한 진동 소리를 울렸다. 마치 자기를 잊고 있었냐는 듯이 한참을 길게 울렸다. 숙제를 하던 나는 얼른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 손 씻기...’

 한숨이 나왔다. 친구의 소식이기를 바랐지만 역시나 안전 안내 문자였다. 요즘 들어 이런 문자는 하루도 빠짐없이 내게 소식을 나른다. 모든 문자가 다 위험하고 예측 불가한 바이러스와 관련된 소식을 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말이다. 이 아홉 글자는 내 생활을 예전과 정 반대로 바꿔 버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세 가지는 학교, 친구, 학원이었는데, 이 바이러스는 내게서 이 세 가지를 모두 빼앗아간 것이다. 이제 나는 매일 가던 학교를 일주일에 한 번밖에 갈 수 없고 친구들과 마주앉아 함께 공부하고 뛰어 놀 수 없고, 무엇보다 맛있는 학교 급식을 일주일에 한 번밖에 누릴 수 없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내겐 너무 끔찍하다. 아직 새 학년 친구들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데 온종일 마스크를 쓰고 대화 한 마디 나눌 수 없는 것도 속상하다. 내가 더 배우고 싶은 것이 있어 다니는 학원도 가지 못 하는 날이 더 많다. 친구들과 즐겁게 뛰어놀고 학교, 학원에 매일 가는 생활이 예전에는 너무도 평범한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까마득하게 옛날처럼 느껴지고 그런 날들이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아 슬프다. 매일 밤,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아침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기도하고 희망을 갖지만, 또 다시 반복되는 좌절에 나는 마치 내가 전래동화에 나오는 나쁜 마녀의 저주를 받은 공주인 것처럼 느껴지고, 때로는 모든 것이 귀찮게 느껴진다.

  “뚜릅 뚜릅 뚜비뚜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힘없이 침대에 누워 있는데 내 동생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 큰 소리로 노래 같지 않은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고 있다. 또 나를 웃기려고 하는 것이다. 이제 아홉 살이 된 동생은 거의 매일같이 이런 행동을 반복한다.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나가라고 했지만 동생은 끈질기게 하던 노래를 계속 하며 내게 말했다.

  “누나, 좀 웃어. 지금 누나 표정이 어떤 줄 알아?”
  “내 표정이 뭐?”
 
  나는 궁금한 마음에 화장실로 가 거울에 내 얼굴을 비춰 보았다. 거울에는 나와 똑같이 생긴 소녀가 세상을 다 포기한 모습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믿을 수 없는 거울 속 내 모습에 깜짝 놀라 두 눈을 비벼 보았다. 곧 동생이 따라 들어와 거울 앞에 나와 함께 섰다. 내 옆에 있는 동생의 조그만 얼굴에는 세상 모든 장난과 웃음, 귀여움이 다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동생도 나와 똑같이 학교에 못 가고 친구도 못 만나고 있었다. 이렇게 똑같이 힘든 상황인데도 동생은 나를 웃게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반면에 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아이인 양 투덜거리기만 했다. 갑자기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얼굴이 화끈거렸다.

  “얘들아, 점심 먹게 얼른 나와.”

  그때, 주방에서 엄마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생과 화장실 밖으로 나와 보니 오늘 점심은 궁중떡볶이였다. 나와 동생이 제일 좋아하는 메뉴다. 내 동생은 엄마에게 고맙다고 달려가 안기고 나서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환하게 웃는 엄마와 동생을 보니 내 머릿 속을 갑자기 스치는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나는 축복받았구나!’

 나는 학교에서 나오는 맛있는 급식을 매일 먹을 수 없다고 계속 불평했었다. 하지만 엄마의 밥은 급식만큼 맛있다. 게다가 엄마는 매일 아침을 차려주시며 점심 때는 무엇을 만들어 주면 좋겠냐고 물어봐 주신다. 집에 재료가 없으면 더운 여름에 마스크를 챙겨 쓰고 장을 봐 오신다. 또 나는 학원에 가지 못한다고 불평했지만, 사실 엄마는 학원 선생님보다 더 잘 가르쳐 주신다. 내가 몇 번이고 질문해도 귀찮아하지 않고 끝까지 알려주시는 고마운 선생님이다. 또, 친구들과 놀 수 없어 속상하지만, 내겐 매일 나를 웃겨주고 안아주고 같이 놀자고 졸라주는 동생이 있다. 서로 마음만 잘 맞으면 하루 종일, 매일 매일 놀 수 있는 귀여운 친구가 나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요리도, 가르치는 것도 잘 해 주시는 엄마, 나를 끊임없이 웃겨주는 귀여운 동생, 또 우리 가족을 위해 더운 날씨에도 매일 마스크를 쓰고 직장에 가시는 아빠가 있는 나는 많이 행복하고 또 많이 축하받아야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행복을 깨닫지 못하고, 내 삶을 축하하지 못 했다는 생각에 나는 부끄럽고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괜히 더 활짝 웃어 보았다. 그리고 축하받을 것들로 가득 찬 삶을 살고 있는 내게 큰 소리로 외쳐 보았다.

 “연아야,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생이 있어서, 팔방미인 엄마가 있어서, 늘 든든한 아빠가 있어서 정말로 축하해!”
 “무엇보다도 네 삶이 행복 덩어리인 것을 깨달은 걸 진심으로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