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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글나라백일장대회 일반부 최우수상 '바이러스 공포'
제 85호 소식지
 코가 간질간질하다. 기침이 나오고 콧물이 나오자 불안감이 음습해온다. 출근길에 버스정류소 옆에 있는 약국에 들렀다. 약사에게 증상을 말하면서도 왠지 껄끄러웠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발열체크를 한다. 36.4도가 나왔다. 안도의 한숨을 쉰다. 방역을 위한 보호복으로 갈아입고 방진마스크와 보호안경을 착용한다. 숨이 막힐 지경이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무척 낯설다.

 부산역 유라시아 플랫폼 건물1층 입구에 ‘코로나19 내외국인 입국자 비상수송지원단’이라고 씌어진 현수막이 걸려있다. 1층에 있는 사무실은 입국자를 수송하기위한 장애인 택시인 두리발 기사들과 방역팀이 함께 대기하는 곳이다. 바로 옆에는 내외국인 입국자들을 안내하고 비상수송차량을 배치하는 상황실, 유증상자를 선별하고 치료하는 선별진료소가 있다.

 상황실 직원들은 부산역에 도착한 내외국인 입국자들을 인솔하여 유라시아 플랫폼 로비로 들어온다. 그때부터 방역을 시작한다. 입국자들의 여행가방에 소독을 한다. 대부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몸에 소독을 해달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태도를 취하지는 않는다. 그날도 한 내국인 입국자에게 소독액을 분사하는 중이었다. “앗! 이거 뭐요? 손에 묻었잖아요? 어쩔 껀데요? 순간 너무 당혹스러웠다. ”몸에 해롭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할지 몰라 그렇게 얼버무리고 말았다. 사무실에 들어가 소독용 물티슈를 그에게 건넨 후에야 사태가 잠잠해졌다.

 성공적인 K방역사례 때문인지 한국에 오는 입국자들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 만큼 방역은 만만치 않았다. 일하는 동안 방진마스크를 쉽사리 벗을 수 없다는 게 곤혹스러웠다. 숨을 쉴 때 안경에 드리워지는 김 서림, 귀가 떨어질 것 같은 통증, 숨을 쉬기 힘든 갑갑함이 연신 나를 괴롭힌다. 정말 두려운 것은 혹시나 모를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였다. 입국자들의 가방을 소독하면서도 두리발 수송차량을 소독하면서도 순간순간 밀려드는 두려움은 어쩌지 못했다. 두리발 차량수송을 담당하는 기사들도 같은 얘기를 한다. 애당초 각오하고 시작한 일이지만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코로나19’라는 보이지 않는 공포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사람들에게 더 가혹한 것이었다. 부산역 유라시아 플랫폼로비에는 이따금씩 노숙자가 찾아오곤 한다. “아저씨요. 끈이 떨어졌는데 혹시 남는 마스크 있으면 하나만 주소!. 그는 한쪽 끈이 떨어진 마스크를 내게 흔들어 보였다. 5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그의 어투는 오만하고 거칠었다. 내 복장을 보고 마스크 한 개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사무실에 있는 것은 죄다 방진마스크인지라 그걸 건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전날, 약국에서 사놓은 마스크가 떠올랐다. 그것을 꺼내서 그에게 주었다. 몇 번이고 감사하다는 말을 한다. 그 광경을 본 팀장은 “형욱씨 노숙자가 계속 찾아오면 어쩌려고요? 라고 한다.

 언젠가부터 마스크를 챙기는 것이 전쟁이 되었다. 어떤 날은 헐레벌떡 일터를 나서다가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방역할 때 끼던 방진마스크를 벗은 해방감에 압도되어 밖에서 마스크 착용하는 것을 깜박했다. 설상가상으로 가방을 아무리 뒤져도 마스크가 없었다. 버스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게 아니었다. 나를 제외하고는 한사람도 예외 없이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버스기사님이 뭐라고 한마디 할까하여 줄곧 노심초사했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창피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토록 창궐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많은 국가에서 코로나19를 위한 백신을 개발 중이라는 언론보도가 연일 터져 나온다. 백신을 개발한다고 해도 바이러스는 또 변종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치명율과 전파율이 모두 높은 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말도 들려온다. 예측하기 힘든 최악의 상황을 언제든 맞닥뜨릴 수 있는 시대이다.

 간만에 컴퓨터를 켰다. 먹통이었다. 전원을 껐다가 켜기를 반복하자 간신히 화면이 뜬다, 이번에는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 생각해보니 최근 공지된 윈도우7 종료안내를 무시하고 내팽개친 것이 원인이었다. 백신 프로그램으로 바이러스 검사를 했다. 바이러스 숫자를 보고 기겁했다. 치료하기를 클릭하여 완전히 삭제하고 나니 답답한 속이 뻥 뚫린 듯 했다. 컴퓨터 바이러스를 삭제하듯 코로나 바이러스를 퇴치할 묘책은 없는 것일까? 오늘도 '코로나19'와의 사투를 벌일 부산역으로 출근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벗어날 그날을 간절히 바라면서......

최우수상 수상자 김형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