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하여 홈페이지에 공개한 후 이를 계절마다 엮어서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이다. 『소설 보다: 가을 2024』에는 2024년 가을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인 권희진의 「걷기의 활용」, 이미상의 「옮겨붙은 소망」, 정기현의 「슬픈 마음 있는 사람」 총 세 편과 작가 인터뷰가 실려 있다, 이 가을에는 소설 한 편 가볍게 읽어보는 건 어떨까?
권희진, 「걷기의 활용」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어서 남들이 노동을 하듯 하루 종일 걸었다”
자신조차 종잡을 수 없는 감정들로 인해 ‘나’는 혼란스러워 합니다. 상대의 마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건 사랑이 아니야,라며 비관적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의 관점으로 보자면 ‘나’의 이러한 고뇌마저 모두 사랑처럼 보입니다.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합니다. 자신 안의 감정들을 긍정하고 어느 순간에는 더는 아프지 않았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권희진×이소」에서
이미상, 「옮겨붙은 소망」
“당신들이 끼어들 틈은 없어요. 남편의 죽음은 우리 부부의 것이에요”
현재 A를 경험하고 있으나 그것으로부터 연상된 수많은 추억이 떠올라 머릿속은 A를 지나 Q까지 가 있겠지요. 그러다 A에서 Q까지가 뭉쳐져 이름 붙일 수 없는 거대한 감정의 기둥이 되고, 때로는 그 기둥이 쿵쿵 내리치는 진동에 마음이 뒤숭숭해지기도 하겠지요. 다행히 ‘나’는 무엇보다 자신을 말없이 많이 아꼈던 사람과의 추억 속에서 지내기에 슬프지만 행복합니다. 그가 현실에서 보는 많은 사물과 느끼는 경험에 n&n’s와의 추억이 들어 있을 겁니다.
「인터뷰 이미상×홍성희」에서
정기현, 「슬픈 마음 있는 사람」
“슬프지 않은 사람들은 슬픈 얼굴을 하고 슬픔 한가운데 선 사람들의 기색을 살피다 집으로 돌아갔다”
여러 가지 모양의 인형 눈알을 가지고 다니다 그때그때 눈알을 바꿔 끼울 수 있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같은 대상도 완전히 달리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우리에게 주어진 반복이 어제와 전혀 다를 것 없는 반복이라면 나도 인물도 불행해지기 십상이니 일단 달리 바라보기부터 시도해볼까, 다른 모양의 눈알을 잠깐 착용해볼까, 하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되는 듯합니다.
「인터뷰 정기현×이희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