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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서
제 88호 소식지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네. 

요즘 아이들이 책을 볼 때 많이 하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책에 대한 흥미도 사라지고 짧은 글조차 읽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이러다간 독서가 부담스러운 활동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그래서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망상을 하기도 한다.


읽기도 힘든데 쓰기는 오죽하겠는가. 

사실 글쓰기는 어른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듣기와 말하기가 자연스러운 활동이라면 읽기와 쓰기는 고도의 두뇌활동과 몇십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글쓰기 연습이 필요한 이유다. 

글쓰기는 마구잡이로 섞여 있는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좀 더 정확하고 명료하게 전달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언어를 조리 있게 구사하는데도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학창 시절이 지나면 해방되는 일이 아니며,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즐거운 취미 생활에서도 필요한 능력이다. 


이러한 이유로 글나라에서는 일 년에 세 번, 글쓰기 대회인 편지쓰기 대회, 백일장 대회, 독서감상문 대회를 개최한다. 

어린이,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도 대상으로 하며, 내년이면 대회 개최 10년을 맞는다. 

참가 연령대가 넓다 보니 응모된 작품의 형상도 참 다양하다. 

기발한 생각이 담긴 글부터 진한 공감을 불러오는 글, 여운이 짙게 남아 계속해서 읽고 싶은 글 등 

매년 다채로운 작품이 들어온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당해의 주요 이슈라던지, 특징, 흐름을 파악할 수 있기도 하다.


지난 9월에는 글나라 독서감상문 대회 ‘책 노을에 물들다’를 진행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생각과 느낌이 담긴 작품이 접수되었다. 

충분히 좋은 글도 많았지만 글쓴이의 개성이 묻어나는 글이 많지 않았다는 것에서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 

아이들의 작품을 보니 선생님의 지도를 받은 듯한 획일적인 느낌의 글이 많았다. 

책을 정한 뒤, 줄거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선생님께 듣고 독후감을 작성한 것 같은 글 말이다. 

한 번 가공된 생각을 듣고 난 후 감상문을 쓰면 본인의 생각이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각자 개성을 가진 존재이다. 

똑같은 경험을 하고 똑같은 물건을 가져도 사람마다 그 경험을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방식은 다르다. 

누군가에겐 내가 가진 돌멩이가 그냥 길거리의 수많은 돌멩이 중 하나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어릴 적 전학을 가서 소식이 끊긴 친구와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돌멩이일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똑같은 책을 읽었다고 해서 모두가 동일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고유한 경험과 책의 줄거리를 결합하면 충분히 개성 있는 독서감상문을 쓸 수 있다.

 

감상문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 

독후감을 잘 쓰기 위한 공식, 독후감 대회에서 입상하기 위한 공식은 없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 꾸미지 않아도 되고 그저 솔직하게 감상을 쓰면 된다. 

다만 그 감상 속에는 반드시 내가 중심에 서 있어야 한다. 

그렇게 쓰다 보면 딱딱하고 납작한 활자가 나의 경험을 타고 꿈틀거리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글쓰기를 통해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고 나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생긴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니 글쓰기를 힘들고 복잡한 숙제가 아니라 나를 잘 이해하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그동안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나의 잠재력을 찾아내어 또 다른 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이 멋진 기회를 모두가 놓치지 않고 움켜쥘 수 있기를 바란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Ichigo121212님의 이미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