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소개

> 글나라소식 > 글나라 소식지
따로 또 같이
제 85호 소식지
따로 또 같이

 어느덧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에 들어온 지도 반년이 다 되어간다. 한 두어 달만 지나면 잠잠해지고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오리라 생각했지만 세상사가 어디 예측대로 흘러갔던가. 아직도 우리의 곁을 떠나지 않은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온기를 멀찍이서 바라볼 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대면, 언택트, 온택트 등 뉴 노멀한 기준이 급부상하였고,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재택근무, 화상회의가 일상이 되었다. 심지어는 현장감이 생명이라고 생각했던 콘서트, 팬 미팅, 전시회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이제는 집에서도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많은 것이 급변했고 기존의 일상이 사라졌지만 새로운 일상이 찾아왔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온라인 개학, 원격수업이 이루어지고, 하루하루를 모니터 화면 속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고 있다. 

 낯설고 생소한 이 원격생활이 참 편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굳이 옷을 갖춰 입고 나가기 위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등하교를 위해 긴 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내지 않아도 되니 시간 절약도 되고 에너지 절약도 할 수 있지 않은가. 일석이조의 이득을 볼 수 있는 이 생활 방식이 삶에 쉼을 주는 것 같아 살짝 반갑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인사하고 모두가 같은 공간에 앉아 이야기하던 때가 그립다. 원격 프로그램으로 의사소통하고 아무런 문제 없이 삶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공기, 분위기까지 전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식전달 측면에서는 원격수업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어디 ‘지식’ 뿐이었던가. 눈앞의 선생님, 친구들의 숨결을 느끼고 협동하며, 따뜻한 눈빛 속에서 서로에게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들으며, 갈등이 있으면 때론 화나지만 나의 마음을 다스리며 친구에게 화해를 신청하기도 하며 아이들은 자란다.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배우고 자신을 채워나가며 한 뼘씩 성장해가는 것이다. 교육은 지식전달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원격수업의 장점이 아무리 많더라도 대면 수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채워주기는 힘들 것이다. 

 비대면이 대세인 시대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면접촉의 가치가 홀대받아선 안 된다. 어느 하나가 지닌 장점이 부각된다고 하여 오로지 그 방법만 따를 것이 아니라, 새로움과 기존의 방법이 지닌 장점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는 기술과학의 발달과 사회적 흐름으로 인해 비대면이 더욱 일상화된 삶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지켜야 할 것과 받아들여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서로 다른 방법이 모여서 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무엇인지, 다름의 가치를 살려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대면, 비대면 방식의 삶을 모두 경험하였으니 이 경험을 기반으로 미래에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더 나은 형식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 무엇이 보완되어야 하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는 이제 우리의 손에 달렸다.

독서지도사 강희진